고도성장의 원동력으로까지 칭송받아왔던 교육제도가 도마위에 올랐다. 진념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31일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경밀레니엄포럼에서 "교육은 일제시대보다 오히려 못하다"는 직선적인 표현을 써가며 교육문제를 정면에 들고나왔기 때문이다.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교육시스템이 선진국 대열로 진입하기 위해 제거해야 할 걸림돌이 돼버렸다"는 재정경제부의 인식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두 부처가 이전투구를 벌일 가능성도 크다. ◇교육평준화 제도개선=고교평준화를 개선한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김대중 대통령도 최근 "교육 평준화가 바람직스러운 것은 아니며 평준화가 돼도 상향 평준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우리에겐 영재가 필요하며 여러 특별한 분야에서 많은 영재가 나오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역시 "하향평준화를 낳고 있는 획일적?대중적 교육정책은 사회주의적이란 비판도 받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교육평준화를 비판했다. 실제로 경기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비평준화 고교들을 모두 평준화시켰다. ◇교육과열이 부동산가격 폭등 유발=정부는 지난 1월8일 서울 대치동 등 일부지역에서 나타난 교육과열현상이 부동산투기를 초래하고 있다며 국세청의 일제가격조사 등 부동산안정대책을 발표했다. 경제부처인 재정경제부가 부동산가격 폭등의 원인이 교육에 있다며 처음으로 교육의 문제점을 공식 거론했다. 진념 부총리는 대책이 발표되기 며칠전 "지방도시들이 모두 교육평준화를 하다보니 학생들이 서울 일부지역으로 몰리는 현상이 생겨났다"며 교육평준화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교육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경제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는 대치동의 전입?전출 인구를 제시하며 재경부의 견해를 반박했지만 과열교육 열풍을 잠재워야 한다는 재경부의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이공계대학 지원감소=지난 98년 37만명을 넘어섰던 이공계 수학능력시험 지원생이 올해는 19만명으로 감소했다. 불과 4년 만에 지원자수가 49% 감소한 것이다. 재정경제부는 이공계시험 지원자 감소가 '인문계 위주의 쉬운 수능시험'과 '고교생들의 이공계 기피현상'때문으로 보고 있다. 난이도가 쉬운 것으로 평가되는 인문계 수능시험을 보더라도 이공계 대학에 지원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98년에 이공계출신들이 더 많이 구조조정을 당했다는 피해의식도 이공계 기피현상의 원인으로 풀이된다. ◇기업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교육=대졸인력을 채용하는 기업들은 실제로 필요한 인재를 찾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한국경제학회가 최근 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이론 위주의 교육보다는 현실적으로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과과정을 만들고 △현장학습과 사례교육을 보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조사됐다. ◇공교육 부실화=현행 교육제도가 입시위주로 흐르면서 사교육이 공교육을 압도하고 있다. 지난해 한완상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국회에서 "공교육이 부실화하고 붕괴돼가고 있다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산업화시대에 맞는 교육과정과 교육제도,그리고 교사들의 자질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국민소득의 7%로 추산되는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게 시급한 실정이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