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도자기 생산업체인 행남자기 김영호 노조위원장(40)은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행남자기가 있는 전남 목포지방산업단지가 산단지정에서 해제됐기 때문이다. 산단이 주거지역으로 변경돼 행남자기는 앞으로 재산세 종합토지세 등을 과거보다 배 이상 내야 한다. 그래서 그는 요즘 목포시청 등을 찾아다니며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행남자기가 목포에서 뿌리를 내려온지 올해로 꼭 60년째. 그동안 이 지역 간판기업으로 지역경제의 기둥역할을 해올 수 있었던 건 '노사불이'의 풍토에서 비롯됐다. 행남자기에는 타사와 다른 독특한 전통이 내려오고 있다. 지난 97년 이후 노조가 매년 10억원 이상의 제품판매를 해오는 것도 그중 하나. 이에 사측도 화답하고 있다. 지난 2일 준공한 경기도 여주 모디공장의 노조지부도 김용주 회장이 먼저 요청해와 이미 설립을 마쳤다. 이같은 노사 노력에 힘입어 IMF때 남들이 대량해고의 몸살을 겪을때 행남자기는 단 한명의 근로자도 내쫓지 않았다. 이렇게 되기까지 숨은 공로자는 김 위원장이었다. 지난 87년 입사당시만해도 그는 강경파였다. 그런 그의 노사관이 크게 바뀌게 된 것은 지난 90년부터 3년간 끌었던 '행남사민주화추진위사건'이었다. 외부 노동운동가가 위장취업을 통해 행남노조를 장악하려던 이 사건으로 노.노갈등이 조장돼 근로자들사이에 불신과 반목이 끊이질 않았다. 이때부터 그가 내건 슬로건이 '생산적 복지노조'이다. 노사는 공동운명체이며 서로를 위해 능동적으로 일할 때 올바른 노사관계가 정립된다는 생각에서였다. 목포=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