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성과 제품력,고객을 위한 특화된 서비스 정신. 프랑스의 명품 패션브랜드 '세린느'의 사장 겸 CEO인 장 마크 루비에(47)가 꼽는 명품의 요건이다. 말재갈 문장으로 유명한 '세린느'는 루이뷔통 겐조 구치 등과 더불어 세계 최대의 패션 하우스인 LVMH 그룹 산하에 있다. 루비에 사장은 90년 루이뷔통의 커뮤니케이션 디렉터로 영입된후 마케팅 담당과 부사장을 거쳐 지난해 6월 세린느의 사장 겸 CEO로 취임한 정통 패션 비즈니스맨이다. 지난 1일 청담동 원갤러리에서 열린 '2002 세린느 봄·여름 컬렉션:월드컵 라인'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루비에 사장은 2002 한·일 월드컵을 기념해 한정판으로 선보인 월드컵라인 아이디어를 직접 내기도 했다. 축구공을 모티브로 삼은 핸드백,옐로 카드와 레드 카드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명함지갑 등이 유쾌하면서도 세련미가 넘친다는 평을 얻었다. "이번 월드컵 라인은 축구팬들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축제로서의 월드컵을 기념하고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지요" 그는 "새로운 스타일로 고객에게 놀라움을 주되 그 브랜드가 가진 이미지와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명품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지난 97년 미국 디자이너 마이크 코어스를 수석디자이너로 영입한 세린느는 이후 여성기성복 부문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타고 있다. 올해는 세린느의 모태인 신발이나 가죽제품 부문도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다듬어 고루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한국에는 지난 99년 2월 진출했다. 현재 신세계 강남점을 포함해 서울 4개,부산 1개 등 총 5개 매장을 두고 있는 세린느는 매년 두자릿수 성장을 거듭하며 쾌속질주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에 고무돼 있다"는 루비에 사장은 "한국 명품시장이 상당기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며 일본 시장을 근거로 들었다. "10년전 여러 시장조사에서 일본 명품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며 더이상 성장의 여지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요.하지만 그후로도 일본시장은 거의 세 배나 커졌습니다.한국시장을 정확히 예견할 수는 없겠지만 성장 잠재력이 상당하다고 봅니다. 사람들의 소득은 높아지고 욕구도 그만큼 다양해지니까요.새로운 소비계층이 계속 생기는 셈이지요" 루비에 사장은 이어 "루이뷔통 구치 등 명품 브랜드들은 서로 지향하는 이미지나 정체성이 다른 만큼 경쟁상대라기보다 전체 명품시장의 크기를 키우는 협력자들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오래 생각하되 신속히 실행하라'가 경영철학이라는 그는 세린느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제품을 묻자 "언제나 바로 현재의 라인"이라고 답해 강한 자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