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금융읽기] 신용등급 상향 조정가능성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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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논의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말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은행시스템 개선의 이유를 들어 올해 한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상향 조정할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최근 유럽의 피치사도 비슷한 이유로 신용등급 상향 조정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미 우리의 신용등급은 미국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피치로부터 투자적격에서 두단계 이상 조정된지 오래됐다.
◇한국 신용등급 상향 여건 성숙= 한 나라의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기준으로 삼는 국민소득,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재정수지 및 대외수지 건전성,외채규모 적정성,실업률,외화유동성 지표를 감안하더라도 우리의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될 수 있는 여건은 성숙돼 있다.
외환보유고가 1천억달러를 넘어선데다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인 경쟁국과 달리 3%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신용평가기관들이 예의 주시하고 있는 공기업 민영화를 포함한 기업의 구조조정도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번에 신용등급이 한 단계 상향 조정된다면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무디스까지 한 단계 더 상향 조정하면 3대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투자적격에서 두 단계 이상으로 평가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20년 동안 무디스와 S&P의 신용등급 평가내용을 검토해 보면 우리와 같이 외환위기를 당한 국가는 그렇지 않은 정상적인 국가와 모든 거시경제 여건이 동일하다 하더라도 3단계 정도 낮게 평가되는 관행적 체계가 유지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외환위기를 당했다는 사실만으로 신용등급을 낮게 평가받는 일종의 벌칙효과인 셈이다.
◇올 상반기내 조정=앞으로 우리의 신용등급이 무디스로부터 한 단계 상향 조정되면 이 효과가 해소되면서 사실상 외환위기 이전수준으로 회복되는 셈이다.
다행히 올들어 국제투자자들의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이머징 마켓에 대한 관심은 지속되고 있다.
엄격히 따진다면 고객을 상대로 수익을 내야만 하는 신용평가기관들의 입장에서 최근 형성되고 있는 국제투자자들의 관심을 외면할 수 없다.
과거에도 국제투자자들이 이머징마켓에 투자할 때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항상 등대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구조조정 효과가 조금만 가시화된다면 우리의 국가신용등급은 그 어느 때보다 쉽게 조정될 수 있는 여건이다.
그 시기를 점친다면 이르면 올 1·4분기나 상반기에는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올 상반기안에 구조조정을 통해 국가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될 수 있다면 지난해 미국의 금리인하 조치 이후 국제금융시장에서 형성되고 있는 해외자금 조달상의 유리한 여건을 우리가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신용등급 상향조정 영향=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들 기관도 고객을 대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기관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외환위기국가에 대한 신용등급 조정과 엔론의 파산사태를 계기로 이들 기관의 공정성이 의심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한국의 경우도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 3주전에 외국인들이 미리 주식을 대거 매입하다 정작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면 매도하는 행태가 반복되면서 신용등급 조정 정보를 자신들의 고객들에게 먼저 전해준 내부거래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에는 엔론사 사태와 관련해 신용평가기관들이 시장인식보다 더 늦게 대응한 것은 궁극적으로 자신들의 고객이자 주수익원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따라서 요즘 우리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 논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측면이 많다.
그렇더라도 신용등급 상향 조정이 국내외환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가져오는 만큼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대비책을 강구해 놓아야 한다.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