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산 신도시에서 서울 한남동까지 출퇴근하는 박기환씨(38.외국계 제약회사 부장)는 아침 기상시간이 해마다 10분 정도씩 당겨진다. 서울과 경기도 북서부 고양 파주 문산을 잇는 자유로의 러시아워 정체가 갈수록 심해져 요즘은 오전 6시40분에 신도시 장항동 인터체인지를 빠져 나가야 지각을 면할 수 있다. 고양 파주 일대는 10년 전 일산 신도시를 건설한 이후 해마다 수천가구씩 민간 아파트단지와 자생적인 민간 중소공단 등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지만 서울을 잇는 교통수단은 추가된게 하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고양 일산지역,파주 교하 운정지역 등에서 신도시급 대규모 공공택지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민간 주택건설업체들도 서울 인근에 마지막 남은 초대형 미개발지역인 고양 파주지역에서 아파트 분양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고양시와 파주시측은 "일산 신도시와 서울 은평구를 잇는 도로가 신설될 계획이지만 폭발적인 교통인프라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걱정하고 있다. 지난 90년대 난개발의 대명사인 '용인'의 재판이 될게 뻔하다고 교통개발연구원 등의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 아파트 건설은 초스피드, 교통대책은 굼벵이 =고양시의 경우 일산 2지구(25만1천평), 풍동지구(24만4천평) 공공개발이 진행중이고 파주에선 67만평 규모의 미니 신도시급 교하지구개발이 계획돼 있다. 또 91만평 규모의 운정지구 개발 청사진도 마련되고 있지만 더 이상 마구잡이 개발을 방치할 수 없다는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강한 반발에 부닥쳐 있다. 여기다 민간 업체들은 일산 신도시의 각종 생활편익 및 기반시설에 편승하기 위해 인근 지역에서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분양 중이다. 올 한햇동안에만 이 일대 민간 아파트 공급물량이 1만9천여가구를 헤아린다. 이같은 택지개발이 완료될 경우 오는 2006년 말까지 고양, 파주에는 적어도 10만가구 31만여명이 신규로 밀려 들어올 전망이다. 경기도 광명시 인구(33만8천명)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 서울시와 갈등 증폭 =작년 말 기준으로 자유로는 하루 3만8천여대의 차량이 통행해 적정 수준을 훨씬 넘어섰고 수색로가 7만4백여대에 달하는 등 서오릉로, 통일로 같은 주요 연결도로도 모두 포화 상태다. 출근길 자유로는 일산 부근 장항IC에서부터 꼬리를 물고 늘어서는 체증이 일상화되면서 '충남 장항에서 서울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야유가 나올 정도다. 경기도와 고양시 파주시 등은 얼마 전까진 당장의 세수 증대를 노리고 개발을 환영했지만 요즘은 교통 상하수 등 뒤치다꺼리 비용이 더 늘어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제동을 걸고 있다. 고양시는 숨통을 트기 위해 일산 신도시에서 서울 신사동간 왕복 6차선을 내년부터 착공할 계획이지만 교통량 증가를 우려한 서울시가 반응을 보이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서울을 연결하는 직행버스나 노선버스의 신.증설을 계속 요구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부정적이다. 고양시 박찬옥 도시계획과장은 "교통여건 확충도 서울시와 이해가 엇갈리는 사안이 너무 많아 중앙 정부가 적극 나서 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 대책은 없나 ] 고양시는 일산 전철 대곡역과 서울지하철 5호선 방화역을 강남북으로 직접 연결하고 2004년 완공 예정인 외곽순환도로 고양구간을 앞당겨 개통해 주도록 건교부 등에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비 문제로 해법이 나오지 않고 있다. 광역 교통계획이 수립된 한수 이남 지역과는 달리 이북 지역은 이제 용역 발주 단계여서 난개발이 한참 진행된 후 '사후 약방문'이 될 전망이다. 정석희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울과의 연계교통수단을 비롯해 학교나 공원,쓰레기 소각시설,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개발 허가 자체를 내주지 않는 '성장관리대책'이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처방했다. 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파주 택지지구는 고양 도로망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 일대 교통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영.유병연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