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99년 3천5백억원대에서 2000년 4천억원으로 커졌고 작년에도 4천6백억원으로 연평균 15% 가량 확대됐다. 올해는 작년보다 10% 늘어난 5천억원대에 이를 것이라는게 식품업계의 추정이다. 김치시장의 고속 성장은 편리함을 추구하는 세태가 확산되면서 김장을 담글 필요없이 사계절 편하게 먹을 수 있는 포장김치의 매력이 부각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치를 만드는 것보다 상품김치를 사 먹는게 훨씬 경제적이라는 소비자의 계산도 시장확대에 한몫하고 있다. 식품업계는 상품김치 시장이 앞으로도 연간 10~15%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있다. 상품 김치시장의 선두주자는 두산 식품BG에서 나오는 종가집 김치. 98년이후 연평균 67%라는 경이적인 신장률을 기록한 종가집은 작년 7백30억원어치(수출포함 8백50억원)의 김치제품을 팔아 매출액 규모 1위를 달리고 있다. 전체 김치시장에서의 점유율은 16% 정도에 불과하지만 연 1천4백억원대로 평가되는 포장김치 부문에서만 60%에 이른다. 올해에는 월드컵특수를 살려 작년보다 44% 가량 늘어난 1천5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수출을 포함해선 1천2백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종가집 김치는 4백여개 업체가 난립하고 동원F&B 제일제당 같은 대기업과 거대 유통망을 갖춘 농협까지 뛰어든 상황에서 이같은 호성적을 올렸다. 선발주자라는 이점 외에도 다른 비결이 있다. 맛의 차별화 =40여종의 종가집 김치상품이 골고루 호평을 받는 비결은 '맛의 차별화'에 있다고 두산 관계자는 소개했다. 10여년간 1만번이상 김치를 담그는 끈질긴 실험을 통해 '최고의 맛'에 도전한 결과 지나치게 강하지 않으면서도 시원한 맛을 찾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차별화된 김치맛은 재료관리에서부터 시작된다. 강원도 청정고랭지에서 생산된 배추 무 등만을 사용하고 마늘 태양초고추 젓갈류 등 양념류까지 산지관리를 할 정도로 엄격히 품질을 유지했다. 구전(口傳) 마케팅도 단골고객을 늘리는데 한몫했다. 이마트 등 전국 1백10여개의 대형할인 매장에 실연매대(즉석에서 김치를 버무려 판매하는 코너)를 설치하고 소비자에게 시식을 하게 했던 것. 움직이는 홍보요원으로 주부고객을 활용한 셈이다. 잠재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일정금액이상 주문구입한 고객에게 공장견학의 기회를 줘 품질관리 현장을 직접 확인케 했다. 오프라인의 성과를 바탕으로 종가집 김치는 한창 떠오르기 시작한 온라인 김치시장도 적극 공략했다. TV홈쇼핑에 진출해 고정 주부고객도 끌어들였다. 전화한통으로 즉석배달되는 콜센터 스피드택배를 도입해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업계에선 드물게 김치상품권을 개발한 것도 시장점유율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던 원동력으로 꼽힌다. 앞선 기술력으로 글로벌공략 주도 =종가집 김치는 87년 세계최초로 김치의 진공포장방법을 개발한데 이어 91년 KS 마크를 국내 최초로 획득했다. 제조공정, 패키지 등을 규격화하는데 공을 들인 결과다. 88년 일본에 첫 선을 보인 것을 기점으로 발빠르게 글로벌 시장공략에 나섰다. 일본시장에서의 반응이 기대이상이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96년 방콕 아시안 게임, 98년 나가노 동계 올림픽의 공식김치로 지정되는 기회를 잡았다. 수출 대상국은 이후 미국 중국 캐나다 영국 등 11개국으로 불어났다. 일본에만 최근 4년간 3천1백만달러어치 이상을 실어보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냄새없는 김치도 미국수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현재 세차례 테스트를 마무리 지은 상태다. 두산식품BG는 김치의 세계화에 돌파구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유의 맛을 훼손하지 않고도 수출할 수 있는 기술을 잇달아 개발했기 때문이다. 김장독 효과를 재현한 알포치포장법, 특유의 냄새를 없앤 글로벌 김치, 저온발효숙성방법 등이 그것이다. 저온숙성방법의 경우 김치저장기간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준 혁명으로 일컬어질 정도. 김치를 보존제 없이 5개월이상 보관할수 있는 길을 텄던 것이다. 브랜드를 키운다 =두산 종가집 김치는 브랜드가치 제고에 무엇보다 신경을 썼다. OEM 수출이 위주인 여타업체와 달리 처음부터 자체 브랜드를 고집했다. "최근 10분의 1 가격으로 저가공세를 펼치는 중국산 김치와의 경쟁에서 크게 밀리지 않은 것도 브랜드의 힘"이라는게 두산 관계자의 말이다. 지금까지 숱한 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방식) 수출 유혹을 물리치고 자체브랜드 종가집을 키운 것은 브랜드파워를 강화하기 위한 장기전략으로 가능했다는 평가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