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야단법석 .. 노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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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no@lgchem.co.kr
야단법석(野壇法席).
많은 사람들은 '괜한 법석 떨지 마라'는 등의 표현에 나오는 일상적인 의미의 '야단법석'으로 이해하고 있다.
원래 야단법석은 불교에서 유래된 말로 '야단(野壇)'은 야외에 세운 단,'법석(法席)'은 불법을 펴는 자리를 이른다.
결국 불교행사를 일컫는 말에서 혼란스럽고 시끌벅적한 상황을 지칭하는 것으로 의미가 변질된 것이라 하겠다.
요즘 우리 사회는 벤처기업 관련 여러 게이트로 야단법석이다.
신경제를 개척하겠다던 모험의 꿈은 사라지고,비리의 온상처럼 돼버린 일부 벤처기업 때문에 세간에서 말이 많다.
지난 98년과 99년 초,이른바 코스닥시장 활황기 때 너도나도 벤처기업이라는 간판만 달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상식처럼 통했었다.
당시 정부는 '벤처만이 살길이다'라는 정책을 폈고 이것이 확산되면서 벤처산업과 코스닥 등록 기업들의 주가 급상승이라는 야단법석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일부 벤처기업은 사업에 대한 모험정신보다 정부의 지원혜택을 받기 위한 각종 뒷거래와 주가조작에 눈이 어두웠고 그들 스스로 '권(權)벤구조'라는 기형 유행어를 만들어 자가당착을 자초한 꼴이 되고 말았다.
인위적 벤처 육성책과 기반없는 성공에 도취한 사이비 벤처들의 자만이 낳은 결과라 하겠다.
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 와서 '벤처,이대로는 안된다'는 진단은 사후약방문이나 다름없다.
닷컴 바람이 거품처럼 부풀어 오를 때 누군가가 닥쳐올 야단법석을 경고했어야 했다.
하지만 지나간 일을 되돌릴 수는 없는 법이다.
늦었다고 판단한 그 순간이 가장 빠른 때다.
지금이라도 벤처비리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고,책임여부를 가려 오랜 기간 어렵게 기술개발에 투자해 온 진정한 벤처와 그렇지 못한 벤처 사이에서 옥석을 구분해야 하지 않을까.
부존자원은 유한하지만 두뇌자원은 무한하다.
우리나라에서 발전 가능성이 높은 분야는 우수한 두뇌에 바탕한 솔루션 중심의 벤처사업이라고 본다.
시류에 부화뇌동하는 단기적 처방책은 소용없다.
잿밥에만 눈이 먼 사이비 벤처에는 철퇴를 가하고,전도가 양양한 벤처는 적극 육성해 새로운 상품,새로운 솔루션을 개발하는데 앞장 서게 해야 한다.
벤처기업의 창조적 모험정신은 반드시 살려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