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의 9·11 테러사태 이후 최악의 상황에 내몰렸던 해운경기가 작년말을 기점으로 상승 기지개를 켜고 있다. 세계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고조와 함께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마무리되면서 물동량이 늘어나고 컨테이너를 비롯한 각종 해운 운임이 일제히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영국의 해운조사기관인 하우 로빈슨(Howe Robinson)에 따르면 지난달 1천7백TEU급 컨테이너선의 용선료 지수는 80.0을 기록,전달(75.6)보다 4.4포인트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과 미주노선간 컨테이너 운임료의 경우 작년말보다 개당 50달러 정도 올라 1천6백∼1천6백50달러에 가격이 형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부정기 벌크선 시황을 반영하는 벌크선 용선료는 지난해 11월에 저점을 나타낸 뒤 새해 들어 급격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때 840까지 하락했던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지난달초 테러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데 이어 최근에는 958까지 치솟았다. 유럽~극동을 잇는 8만t급 이상 벌크선의 경우 하루 용선료가 작년 11월초엔 7천5백51달러에 불과했으나 지난달에는 최고 1만3백50달러까지 올랐다. 벌크선 운임 가격상승은 철강에 대한 중국쪽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올해 건화물선 물동량규모는 작년보다 1% 가량 증가한 20억2천8백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선복과잉률(화물 적재공간 비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어 운임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테러사태 직후 31포인트까지 하락했던 유조선 운임지수(WS)도 연초 50포인트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달 25일에는 52.08포인트까지 오름세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현재 t당 운임도 작년 상반기 수준인 5달러를 넘나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이라크의 원유수출이 재개된 반면 중동지역의 초대형유조선(VLCC) 수급은 원활하지 않아 유조선 운임이 완전히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 한진해운 대한해운 등 국내 선사들의 채산성도 급속히 개선될 전망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최근 유가하락으로 유류구매비용이 연간 7백억∼8백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각종 운임 상승으로 당초 영업이익 목표(3천억원)를 넘어서는 실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