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부재 시리즈가 나가자 한 통의 이메일이 들어왔다. 현대계열사에서 8년간 해외마케팅 분야 근무를 하다 미국에서 MBA 공부를 하고 들어왔다는 독자였다. '사업 협상'이라는 현장 경험도 적지 않았던 그였지만 위스콘신에서 MBA 과정을 새로 접하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의 경험담. "업무경력 2∼3년차인 20대 후반 학생들이 받아든 책부터 달랐다.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이나 법과대학원 등에서 정리해 놓은 협상 케이스를 주로 배운다. 실제로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효과적이었다. 이런 공부를 하면 기초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실전지식으로 무장해서 대기업 등의 '빅딜'에 참여하는 것이다" 협상전문가하면 법조문 정도 달달 꿰뚫고 있는 변호사나 떠올리는 국내 사정과는 크게 다르다. 이를테면 현대투신 매각안을 놓고 정부와 현대가 맞부닥친 AIG컨소시엄의 대표들에겐 이런 정도의 교육은 기초 중의 기초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협상장에 나오는 상대방들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우리의 약점과 강점을 면밀히 분석해 접근한다. 물론 비즈니스 감각을 갖추는 것은 협상팀의 기본이다. 여기서 전략이 만들어지고 '협상용 트릭'까지 강구된다"고 그는 미국서 배운 협상론의 기초를 설명했다. 그는 국제 협상 전문가를 국내에서 찾기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체계적인 협상 교육을 받고 매니저로 시작해 점차 실무경험까지 갖추어간 전문가들과 교육은 물론 국제업무 경험조차 별로 없는 아마추어들이 벌이는 협상 게임은 그 결과가 너무도 뻔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