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제 리포트] 인터넷 바둑중계 관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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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오로바둑 사이트(www.orozone.com) 대기실은 썰렁했다.
평소 수백명이 서성대는 대기실에는 수십명이 있을 뿐이었다.
더구나 몇분이 지나도 대국신청 한 건 들어오지 않았다.
대국신청을 해도 퇴짜를 놓기 일쑤였다.
세계사이버기원(www.cyberkiwon.com)으로 가 보았다.
그곳도 마찬가지였다.
대기중인 한 네티즌에게 물었더니 "구경하기 힘든 빅 게임이 생중계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생중계실에 들어서니 열기가 후끈했다.
네티즌들의 응원 함성이 요란하게 들리는 듯 했다.
한국의 이창호 9단과 중국의 저우허양 9단이 마지막 한판승부를 겨루고 있었다.
제3회 농심신라면배 결승전이었다.
채팅 화면에는 어지러울 정도로 끊임없이 응원의 글이 올라오고 있었고 한종진 4단은 국면이 바뀔 때마다 참고도를 보여주며 해설을 하고 있었다.
중반까지만 해도 백을 잡은 이창호 9단은 "이창호 킬러"로 알려진 저우허양 9단에게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중앙 흑집이 너무 커 뒤집기 어려운 형국이었다.
더구나 이 9단은 초읽기에 몰리고 있었다.
한국 팬들은 "중앙이 운동장이다","중국은 좋겠다","돌 던져라"며 야단이었다.
그러자 한 고단자가 한마디 했다.
"하수들 그 입 다물라"고.
이 고단자는 대국 결과를 알고 있었던 것일까.
중반을 넘어서면서 판세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좌하변 패싸움에서 이창호 9단이 이기면서 중앙 흑집이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이 9단은 특유의 뒷심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해설자는 "이창호 9단은 테니스에서는 저보다 하수입니다"라는 농담을 던졌고 팬들은 "해설 맘에 든다"며 추켜세웠다.
결국 대국은 2백16수만에 흑이 돌을 던짐으로써 이창호 9단 승리,한국 우승으로 끝났다.
이날의 농심신라면배 대국 인터넷 생중계는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
우선 인터넷의 위력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했다.
이날 대회는 상하이 홍차오호텔에서 열렸다.
1,2년 전이라면 현지에 가거나 한국 방송국이 중계하지 않으면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이날 네티즌들은 인터넷을 통해 TV 생중계보다 더 생생하게 대국을 관전할 수 있었다.
인터넷의 양방향성도 돋보였다.
네티즌들은 두 대국자가 돌을 놓을 때마다 자신의 생각을 채팅창에 올렸고 해설을 요구하기도 했다.
해설자에게 묻고 답변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오로바둑 사이트에서는 아이디 옆에 오성적기를 단 중국 네티즌들도 상당수 눈에 띄였다.
이들은 저우허양이 밀리자 한국 팬들의 기세에 눌려 입을 다물고 관전만 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일부 팬들이 네티켓을 지키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황수정"이란 아이디의 네티즌이 들어오자 온갓 음담패설이 채팅창을 가득 채웠다.
관전자 중엔 중고등학생도 적지 않을 터인데 막무가내였다.
운영자들이 채팅을 하지 못하게 막기도 했다.
사이버 공간에서 열리는 대규모 행사에는 운영자를 더 많이 배치하고 필요할 경우 "사이버캅"도 들어와 질서유지를 맡게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ked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