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9:22
수정2006.04.02 09:25
DMA코리아의 최재명 사장과 하이홈의 최재학 사장,NHN(옛 네이버컴)의 최재현 e마케팅팀장.
이들은 한 핏줄을 타고난 삼형제다.
잘나가는 광고맨에서 IT(정보기술)맨으로 변신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삼형제가 "광고계 출신 IT가족"을 이룬 셈이다.
최씨 삼형제가 도전성과 창의력이 요구되는 광고회사에서 일하다가 IT벤처로 옮긴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한마디로 광고회사든 IT벤처든 이들의 적성에 딱 맞기 때문이다.
이들 삼형제는 하나같이 호기심이 강하고 과감하게 힘든 일에 도전해 열정적으로 추진한다.
맏이 최재명(38)사장은 대학 졸업 후 샐러리맨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첫 직장은 정유업체인 SK(주).
이 회사를 다니다가 창의적이고 활동적인 일을 하고 싶어 미국계 광고회사인 TBWA로 옮겼다.
이곳에서 실력을 인정을 받으며 광고맨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지난 99년 뉴욕 출장길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재명씨는 "뉴욕에서 우연히 DMA사의 입체영상기술을 접했는데 "입체영상이 평면영상을 대체할 날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곧장 DMA를 찾아갔다"고 들려줬다.
그는 그해 8월 DMA와 공동투자해 DMA코리아를 설립했다.
DMA의 입체영상기술은 허공에 빛을 쏘아 입체영상을 구현하는 것으로 DMA코리아는 작년말 이 기술로 만든 제품을 4백75만달러에 중국에 수출했다.
차남인 최재학(36)사장은 차남의 기질을 고스란히 타고났다.
주위에서 "무모할 정도로 도전적이다"는 말을 듣곤 한다.
그는 94년부터 2년간 상암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미원(현 대상) 아시아나항공 한솔제지 등의 광고 카피가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광고맨으로 잘나가던 어느날 재학씨는 무작정 사표를 던졌다.
그는 "당시 막 보급되기 시작한 인터넷의 매력에 빠져 "인터넷을 기반으로 인생을 재설계해보자"고 생각했다"며 "1년간 백수생활을 하면서 컴퓨터.인터넷 서적을 닥치는대로 읽었다"고 얘기했다.
그러다가 군 복무시절 고참이었던 석윤찬씨(현 연구소장)와 마음이 맞아 하이홈을 설립했다.
석 소장은 서울대에서 맨먼저 벤처 동아리를 만들었던 주역이었다.
하이홈의 주력사업은 기업용 홈페이지 구축.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막내인 최재현(33) 팀장은 삼형제 중에서 유일하게 월급쟁이다.
광고회사에는 두 형들보다 먼저 입사했지만 IT업계에는 가장 늦게 발을 들여놓았다.
그때가 2000년초였으니까 2년전의 일이다.
그는 지난해 NHN을 흑자기업으로 일구는데 적잖이 공헌했다.
최 팀장은 주변에서 "사업 언제 시작할 겁니까"라는 질문을 받곤 한다.
형들이 모두 벤처사업가인 탓이다.
그럴 때마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셈 치고 샐러리맨 생활을 계속할 것"이라고 받아넘긴다.
삼형제 중 한 명쯤은 안정적인 직장에 매달려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어렵사리 기업을 일으킨 두 형들의 고단함을 곁에서 지켜본 탓일까.
그렇지만 이들 삼형제는 오늘도 새로운 내일을 꿈꾼다.
"미래를 생각하고 자신을 내던질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실로 행복한 사람이다"라는 말을 아로새기면서.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