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골프 뒷얘기] 이인희 한솔 고문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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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희 한솔 고문(74)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싱글'에 가까운 골프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드라이버샷 평균거리는 1백80야드로 장타에 속한다.
이 고문 샷의 가장 큰 특징은 슬라이스나 훅이 거의 없다는 것.
볼은 직선으로 뻗어나가 페어웨이에 안착한다.
한번은 부친인 고 이병철 삼성회장,일본의 세계적 제지회사인 왕자제지 회장 등과 라운드를 했다.
왕자제지 회장은 이 고문이 정확한 드라이버샷을 주무기로 해 '싱글'스코어를 내는 것을 보고 "골프는 왔다갔다 하는 재미가 있는데 그렇게 똑바로만 쳐서 무슨 재미가 있느냐"고 농담을 해 한바탕 웃은 적도 있었다.
이 고문은 손흥수 곽흥수 프로한테서 오랫동안 레슨을 받았다.
그 덕에 아이언샷의 정확도도 일품이다.
볼을 주로 쓸어치는 스타일인데 그린 적중률이 매우 높다.
이 고문은 골프를 연구하는 스타일이다.
골프에 관한 노트가 수십권에 달할 정도.
그 노트에는 레슨 일지와 스윙 이론,라운드 기록 등이 정리돼 있다.
이 고문의 골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직접 골프장 운영에 뛰어들면서 더욱 깊어졌다.
이 고문은 1993년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클럽700CC를 인수해 그동안 자신이 눈으로 보고 체험하며 익힌 노하우를 골프장에 담기 시작했다.
대대적인 개보수 작업을 벌여 클럽하우스 주변에 3백∼4백년 된 소나무를 옮겨다 싣고 코스 주변에는 계절마다 꽃을 볼 수 있도록 가꿨다.
특히 영산홍을 좋아해 봄이 되면 전 코스가 영산홍의 붉은 기운으로 번져가게 만들었다.
코스를 따라 유명 조각품을 설치하고 클럽하우스에는 유명 화가들의 그림을 거는 등 골프장을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이 고문은 클럽700CC 운영을 통해 경험을 쌓은 뒤 오크밸리CC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세계 1백대 골프장으로 만들기 위해 코스설계부터 완공까지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코스 주위의 나무와 돌 하나에서부터 클럽하우스 식당내 음식 그릇과 심지어 화장실 휴지통까지 이 고문이 직접 골랐다.
오크밸리는 세계적 코스 디자이너인 로버트 트렌트 존스2세가 설계했다.
이 고문은 설계가의 설계도를 유심히 보더니 메이플코스 9번 그린을 3m 이상 낮추고 싶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나 설계가는 1m 이상 낮추지 말라고 회신을 보냈다.
이 고문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였다.
클럽하우스 주변의 조경 설계물들이 높아 코스에서 보았을 때 클럽하우스가 반쪽만 보이기 때문에 그린을 낮춘 것이다.
코스가 완성되고 설계가가 찾았을 때 그는 이 고문의 높은 안목과 식견에 감탄하며 오히려 코스가 좋아졌다고 감사해 했다.
이 고문은 해마다 오크밸리에서 열리는 한솔레이디스오픈대회에서 경기진행을 돕는 자원봉사자로 나선다.
이 고문은 "외국대회에 가면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무료로 경기진행을 돕고 있다.
우리나라도 골프수준의 향상과 함께 이러한 문화가 정착됐으면 하는 마음에 자원봉사를 한다"고 말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