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병'으로 불리는 우울증으로 인해 미국기업들은 연간 7백억달러(약 90조원)에 이르는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준 적이 있다. 미국의 컨설팅회사인 '어낼리시스 그룹 이코노믹스'의 보고서를 보면 5백만∼6백만명에 이르는 미국의 직장인들이 우울증으로 업무에 커다란 장애를 받고 있으며,그것도 한창 일할 나이인 20∼40대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울증은 조기발견이 쉽지 않을뿐더러 알코올중독 등 다른 정신질환을 유발하고 있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신질환은 해가 거듭될수록, 그리고 소득이 높아질수록 더욱 심각해지는 추세다. 과거에는 정신분열증 등만이 정신병의 영역에 들었으나,지금에 와서는 정신질환의 종류도 우울증 알코올중독 니코틴중독 사이버중독 도박중독 불안장애 신체형장애 섭식장애 등 수십가지라는 게 정신과 의사들의 얘기다. 최근에는 신종 정신질환으로 전화중독환자들이 늘고 있는데,이들은 쉴새없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를 교환해야만 심리적인 안정과 만족을 찾는다고 한다. 우리 직장인들도 정신질환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선진국형의 갖가지 질환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는게 보건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며칠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를 보면 일생을 통해 우리나라 국민 3명중 1명이 각종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성이 여성보다 1.6배 높았는데 이는 가계를 주로 책임지는 남성의 직장생활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대인의 정신질환은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TO)의 헌장까지도 바꾸었다. "충분한 사회복지를 누리며 육체적 병이 없어야 한다"는 기존 개념에다 "정신질환을 앓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추가한 것이다. 현대인의 정신황폐화에 대한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속이 아프면 내과,이가 아프면 치과,외상을 입으면 외과를 찾는데 마음이 고단하면 어디로 가야 할까. 해결책은 스스로 찾는 수밖에 별 묘안이 없을 듯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