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일자) 돈 안드는 선거가 기업 돕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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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은 지난 4일 재정경제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반기업 정서'는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지난 4년동안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과 은행들이 많이 변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어제와 그제 열린 국회 본회의의 정당대표 연설에서는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한나라당이 한목소리로 불합리한 규제를 과감히 폐지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새삼스런 얘기는 아니지만 환영할 만한 일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그같은 약속이 얼마나 충실히 지켜지고,어떤 방법으로 실행에 옮겨지느냐다.
사실 양대선거를 앞둔 기업들의 걱정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 가운데 가장 난감해하는 것은 정치자금 부담문제가 아닐까 싶다.
지난 주말 한 모임에서 손길승 SK그룹회장이 정당한 것이 아니면 정치자금 지원요청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재계의 의지를 피력했다기보다 그같은 우려의 일단을 표출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과거에도 정치자금의 뒷거래가 용인되었던 것은 아니지만 자의든 타의든 기업들의 정치자금 헌납이 광범하게 이뤄져 온 게 사실이다.
굳이 정경유착의 병폐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필요도 없이 이젠 그같은 관행은 과감히 철폐돼야 한다.
그 해법은 하나다. 제도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돈 안드는 선거를 치르는 것 뿐이다.벌써부터 후보경선에만도 수십억,수백억의 자금이 소요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선거를 치르지 않을 방법은 없고,실제로 많은 돈이 투입된다면 누군가는 부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돈 안드는 선거를 치르는 것이 '기업사랑'의 첫걸음이란 점을 정부와 정치권이 깊이 새겨주기 바란다.
또 다른 걱정은 정책공약의 남발과 정책혼선이다.
선거를 틈탄 집단이기주의의 발호는 불을 보듯 뻔하고, 특정집단의 표를 의식해 경제논리를 벗어난 정치공약이 남발될 경우 기업활동은 참으로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자성이 먼저이겠지만 정치논리에 의한 맹목적 기업비판이 국민들의 '반기업적 정서'를 조장해온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에 철저하게 반성해 볼 일이다.
세계경제 여건은 아직도 불투명하기만 하다.
국내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인다고는 하지만 아직 낙관할 때는 아니다.
경제성장이나 국민복지의 원천은 생산주체인 기업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에 대해 정치권이 좀더 확고한 인식을 가져야 할 때다.
정치지도자들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한 약속이 결코 빈말에 그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