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자동차 시장에서 미국산의 비중은 1998년 49.8%(등록대수 기준)에서 지난해 17.5%로 줄어든 반면 유럽산은 같은 기간중 29%에서 60.9%로 급증했다. 미국이 "자동차세와 관세를 낮추고 한국정부가 앞장서서 수입차를 사라"고 통상압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그 과실은 유럽업체들이 따먹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마케팅'의 차이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유럽업체들은 판매보상제 실시, 금융서비스 지원, TV광고 방영 등 적극적 판촉활동을 전개하는데 반해 미국측은 그러한 노력은 하지 않고 목소리만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품의 성능과 품질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한 마케팅 활동에 나서지 않으면 시장을 창출할 수 없다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옛말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듯이 마케팅은 연구개발 생산 판매로 이어지는 기업활동을 소비자들에게 연결시켜 주는 '화룡정점'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은 이유로 기업들은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예컨대 삼성테크윈은 올해 마케팅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 '글로벌시장 경쟁력 확보'를 경영의 화두로 삼았다. 매년초 열던 경영전략회의마저 '마케팅 강화회의'로 명칭을 변경했을뿐 아니라 각 사업부가 전개할 마케팅 활동의 구체적인 '액션 플랜'까지 마련토록 독려했다. 삼성전자는 해외 마케팅 강화를 위해 그동안 사업부단위로 나뉘어져 있던 해외판매 기능을 하나로 통합하기로 했다. 또 미국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기 위해 독자적인 기능을 갖는 북미 마케팅총괄팀을 신설하는 등 현지 마케팅을 강화할 방침이다. SK(주)는 엔크린보너스카드 회원, 011 회원 등 1천5백만명의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해 자체 생산품이든 타기업 상품이든 가리지 않고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을 제공하는 '마케팅 컴퍼니'로 거듭난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과 월드컵 등 대규모 경기를 겨냥한 '스포츠 마케팅'도 활발하다. LG전자는 유럽.중국.미국 등지의 해외 주요거래선과 VIP 고객을 위한 초청티켓을 1천장 가량 확보한데 이어 최근 월드컵 붐 조성을 위한 축구공 모양의 소형 컬러TV를 출시하고 '싸이언 응원캐릭터 공모' 행사를 펼쳤다.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에서 '월드컵 진기명기 장면'을 상영해 고객들을 유치하기로 했다. 최근들어선 마케팅 기법이 더욱 세분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고객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보는 '매스(mass) 마케팅'이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고객을 연령 성별 소득수준 등 유형별로 분류해 각각에 맞는 '타깃(target)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베인&컴퍼니의 이성용 부사장은 "유사한 기능과 비슷한 가격대의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만큼 어떻게 해서든 자사의 제품을 인식시키고 계속해서 구매의욕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기업들은 고객밀착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