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hyun@nonghyup.com 추석과 더불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 다가오고 있다. 고향을 떠나 사는 사람은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 반가운 일가친척과 만날 생각에 가슴이 설렐 것이고,고향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은 객지에서 오는 피붙이들에게 따뜻한 정을 듬뿍 안겨주기 위해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명절을 전후해서는 기차와 비행기의 빈자리를 찾을 수 없고 고속도로도 주차장으로 변해버린다. 그런데도 어김없이 민족의 대이동이 일어나며,사정이 있어 고향을 찾지 못하는 사람도 고향과 부모형제를 그리는 애틋한 감상에 젖는다. 우리는 이처럼 적어도 한 해에 두 번은 '고향'의 의미를 되새기는 전통을 지니고 있다. 내 고향은 전라남도 영암이다. 서울에서 버스로 가자면 다섯 시간 남짓 걸리는 먼 곳이다. 그런데 명절에는 빨라야 열 시간,보통은 열다섯 시간 정도 걸린다. 몇 해 전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았을 때 다른 귀성객들에게 왜 이렇게 멀고 힘든 길을 왔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대부분의 대답이 "명절이니까 그냥"이라는 것이었다. 맞는 말이다. 고향은 명절이면 조건 없이 그냥 찾는 곳이다. 조상 때부터 대대로 살아왔으며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고향'이 요즘 매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땅히 농사지을 작물이 없고 또 농사를 지을 젊은이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에는 풍년의 기쁨보다도 훨씬 더 큰 쌀 재고 누증과 쌀값 하락이라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산업화에 따른 이농과 수입 농산물의 범람이 초래한 결과다. 도라지와 고사리까지 쏟아져 들어오고 있으니 이번 설 차례상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입 농산물이 제수로 진설될지도 모른다. 설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은 분들은 잠시 시간을 내 마을을 둘러보고,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우리에게는 힘들 때 위안을 주고 심신을 추슬러 활력을 찾게 하는 고향이 있어야 한다. 명절이면 '그냥' 찾는 고향이 있어야 한다. 그 고향을 지키는 일은 고향에서 사는 사람이나 고향을 떠나 사는 사람이나 함께 노력해야 할 몫이다. 더구나 지난해 11월 뉴라운드가 출범함으로써 앞으로 우리 고향은 더 큰 어려움을 겪게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고향을 돕는 방법이 결코 복잡하거나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