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귀금속 시장에서 금 값이 치솟고 있다. 엔론여파로 미국 기업들의 부실회계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증시가 불안해지고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데 따른 것이다. 금이 미 주식과 달러에 비해 자산가치 보존수단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수요가 몰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5일(현지시간) 런던금속시장에서 금 현물 가격은 9.11테러사태 직후인 지난해 9월28일 이후 최고인 온스당 2백91.95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날 뉴욕 상품거래소에서는 금 선물가격이 2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며 온스당 3백달러 근처로 치솟았다. 금 4월 인도분은 장중 한때 2백99.80달러까지 뛰어올랐다가 전날보다 9달러(3.1%) 상승한 온스당 2백99.10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2000년 2월24일 이후 최고이며 하루 상승폭으로는 지난해 9월14일 이후 최대다. 알타베스트닷컴의 애널리스트인 에릭 게브하드는 "증시 주변에서 기업들의 부실 회계로 인한 추가 파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금 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에버그린 프레셔스 메탈펀드의 매니저인 프레스콧 크로커는 "금 선물 가격이 3백20달러까지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 현물 가격은 금주중 온스당 2백95달러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최대 금 생산업체인 앵글로골드가 올해 선물판매를 계획하지 않고 있다는 소식도 이날 금 값을 상승시켰다. 금융기관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일본에서 예금을 빼내 금 사재기에 나서고 있는 것도 금 수요를 부채질하고 있다. 일본의 금 덩어리 판매량은 지난해 12월 한달동안 전년 동기에 비해 3∼4배 늘었으며 올 들어서도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