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9:29
수정2006.04.02 09:32
민승규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사람들이/다들 도시로/이사를 가니까/촌은 쓸쓸하다/그러면 촌은 운다/촌아 울지마"
김용택의 산문집 "촌아 울지마"에 실린 초등학교 학생의 글이다.
우리의 농업 현실을 그대로 표현한 글이라고 생각된다.
농업이라고 하면 왠지 "문제덩어리"로서 비효율,쇠퇴 등 부정적인 말들만 떠올리게 된다.
농업의 소중함을 잊고 있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이같이 농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깔려왔던 것은 사회 모든 분야가 지식기반 및 디지털 시대로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농업만이 지금까지 이런 흐름에서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발전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농업도 이런 새로운 전환기에 적극 합류해야 한다.
물론 농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토지 의존성이 높고,기후의 변동에 좌우되기 쉬워 산업이나 사업으로서 성립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그러나 디지털 혁명이라는 시대의 조류는 농업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을 주고 있다.
비지니스 감각을 가진 농민이라면 요즘 농업은 흥미 있는 사업이 되고 있다.
이제 농업의 발전과 쇠퇴는 농업관계자들의 사고방식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다.
농업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부정책의 변화가 아니다.
바로 어려운 여건을 헤쳐나가려는 농업인의 자세다.
과거와 같이 정부에 의존하는 농업이 아닌 개개인의 창의력이 중요시되는 농업으로 발전시키고,이런 토대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농업이 갖고 있는 잠재적 경영자원과 농업인의 창의력을 조화시켜 개성 있는 농업 비지니스를 창출해 성공 사례를 늘리고 농업의 새로운 생태계를 형성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현재의 어려운 환경이 오히려 좋은 토양이 될 수도 있다.
농업의 경쟁력은 과거에는 합(合)의 개념이었다.
토지 노동 자본 등을 더했을 때 그 크기가 얼마냐에 따라 경쟁력이 달라졌던 것이다.
지금은 이같은 고정 요소에 정보 아이디어 서비스 등이 곱해지는 승(乘)의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정보와 아이디어 그리고 새로운 서비스가 고정적인 요소에 곱해질 때 부가가치를 몇 배로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농업은 노동.토지.자본 등 인적.물적요소의 확대에 치중하는 종전 농업과는 달리 아이디어 기술 창의력에 기초한 지식기반 산업으로 발전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농업계 스스로 농업내부의 구조적 한계와 가능성에 대해 정확히 인식해야 한다.
농업 및 기타 산업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환경변화가 미래의 농업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예견하는 통찰력도 가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변신에 성공하기까지는 수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몇가지 강점을 가졌다고 해서 경쟁력 있는 농업으로 둔갑하는 것은 아니다.
추진하면서 겪게 될 수많은 장애물을 끊임없는 노력으로 하나 하나 극복하는 것만이 성공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다.
한국농업의 새로운 활로를 찾는 길에는 왕도가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