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산업을 살리자] 벤처농업으로 영농위기 이겨낸다..한국벤처농업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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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기 그릇에 고즈넉이 담겨져 있는 인삼 초코렛.
조선시대 궁중에서 내려오는 제조비법으로 빚어진 가야곡왕주는 대나무 청자 주기에 담겨져 한껏 멋을 부린다.
인삼 초코렛은 농산물 가공업체인 본정초코렛이 금산에서 재배한 인삼에 초코렛을 덮어 씌어 제조한 특허품이다.
가야곡왕주는 왕궁에서 궁중술 진상을 한 외할머니로부터 양조 기술을 전술 받은 전통민속주 명인인 남상란씨의 논산 특산품.
지금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지하 1층 전시 공간에선 농업과 예술이 만나는 파격적인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11개의 농산물 가공업체와 도예 목공예 섬유 금속분야 예술가 30명 등이 삼성경제연구소와 (주)가나아트샵의 후원으로 두달간 작업끝에 3백여개의 작품을 출품했다.
이처럼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넘치는 농업인들과 예술인들이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한국벤처농업대학이라는 교류의 장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삼성경제연구소 민승규 박사의 관심과 노력으로 탄생했다.
농업경제학 박사인 민 박사는 95년부터 전국 농촌을 돌며 컴퓨터 교육을 실시하며 농업에도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농민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으며 자신감을 얻은 민 박사는 2000년 4월 2백50여명의 농민 회원을 주축으로 농업벤처포럼을 구성한데 이어 같은해 6월엔 충청남도 금산군 제원면의 한 폐교에 한국벤처농업대학을 개설했다.
이 대학의 경쟁력은 한국에서 내노라 하는 벤처농업인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성호 장생도라지"를 생산해 내 제6회 세계농업기술상을 수상한 경남 진주의 이성호씨를 비롯해 인삼초코렛을 개발한 이종태씨,5도 이하의 저온에서 보관하는 이온쌀을 생산해 연간 2백억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린 경남 김해의 나준순씨 등 다양하다.
강사진도 민승규 박사를 포함,이 대학 명예학장이며 농림부장관을 지낸 김성훈 중앙대 교수,88올림픽 호돌이를 디자인한 김현씨,은행지점장 출신으로 벤처기업의 사장이 된 김동신씨 등 화려하다.
한국벤처농업포럼 권영미 사장은 "각계 각층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 한국 농업 현실서부터 돈버는 아이디어까지 여러가지 주제를 두고 토론을 벌이다 보면 밤을 꼬박 새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농업대학은 1년 과정으로 운영된다.
매달 운영비는 농민 각자 매달 7만원씩 부담하나 현물(농산물)로 대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
벤처농업대학 과정을 마치려면 향후 자신이 펼쳐나갈 벤처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본정초콜렛 전준일 부사장은 "일부 벤처기업들이 정부로부터 "눈 먼"정책자금을 받고 태생적인 한계를 보인 것과는 달리 농업벤처인들은 산.학.연이 똘똘뭉쳐 자신들만의 힘으로 일어섰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자평했다.
전 부사장은 "쌀개방 등으로 농민들이 부담스런 "짐"과 같은 존재로 추락했다"면서 "농민들만의 힘으로도 잘 해나갈수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