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洸 < 한국외대 경제학 교수 / 前보건복지부 장관 > 우리 국민 모두는 두가지 세금, 즉 국세와 지방세,그리고 네가지 보험, 즉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과 밀접히 관련돼 생활하고 있기에 이들과 관련된 정책은 우리 모두의 후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조세정책과 복지정책을 두고 형평성·효율성과 같은 정책적 측면에 대해서는 그 동안 논의가 활발했다. 그러나 조세와 보험료의 징수와 관련된 행정적 측면은 거의 논의가 없었다. 그 결과 이들 조세 및 보험료의 징수행정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매우 크다. 더 나아가 징수행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조세정책과 보험정책의 본래 의도가 왜곡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 건강보험의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 간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을 놓고 첨예한 대립과 논쟁이 있는데,이는 기본적으로 각 가입자의 소득 및 재산의 정확한 파악이라는 징수행정의 문제다. 행정의 측면에서 볼 때 문제의 핵심은 징수 및 납부가 얼마나 정확히 작은 마찰과 적은 징수비용으로 이루어지느냐 하는 것이다. 사실 두가지 세금과 네가지 보험료 징수를 놓고 국민들의 불만은 이만 저만 높은 것이 아니다. 두가지 세금과 네가지 보험료 등 여섯가지 부담을 두고 징수하는 기관이 각기 다르다. 이 모든 징수를 하나로 통합하는 '국민납부지원청(가칭)'의 설립을 제안한다. 복지정책을 담당하는 복지부나 노동부의 산하단체더러 개인이나 기업의 경제사정을 정확히 파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그 자체가 잘못된 발상이다. 같은 소득과 재산을 대상으로 하여 세금과 보험료를 징수하면서 여섯 기관이 각기의 대장을 관리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낭비다. 2개 조세와 4개 보험을 두고 징수인원 징수조직 납부자수 등을 개괄적으로 살펴봐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중복돼 있다. 관련 비용 또한 엄청나다. 이를 국세청이 주축이 되는 '국민납부지원청'으로 통합할 경우,관련기관 현재 인원의 절반 이하 인력으로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인력절감 효과도 효과지만 징수행정이 전문가 집단에 의해 효율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납부자와의 마찰도 축소되고 정책의도도 보다 정확히 반영될 수 있다. 혹자는 징수를 일원화할 경우 지방재정 자주권이 훼손되고 4대 보험과 관련된 복지정책이 그르쳐질 가능성을 우려할 것이다. 지방세와 관련된 정책은 행자부와 자치단체가 담당하고 4대 보험 관련 정책은 복지부와 노동부가 현재와 같이 수립하도록 하되,세금 및 보험료의 징수행정 자체만 일원화하기에 관련 정책의 수립·집행을 두고는 전혀 우려할 필요가 없다. 징수 일원화로 많은 인력이 감축될 것이기에 해당기관 종사자들의 통합에 대한 반대가 거셀 것이다. 4대 보험의 급여 및 자산운용과 관련된 인력은 현행대로 유지되며,징수활동의 통합에 따른 감축인력은 인력부족으로 허덕이는 여타 공공부문에 재배치하면 된다. 통합이라는 발상에 붙여 새로운 기관 명칭 자체에 대해서 설명이 필요하다. '국민납부지원청'이란 명칭은 지금까지의 관행에 따르면 당연히 '국민부담징수청'이 될 것이다. '국민부담징수청'이라 하면 징수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보는 데 비해 '국민납부지원청'이라 하면 납부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보는 것이다. 당연히 전자보다 후자가 올바른 접근방법이다. 세금징수를 관장하는 기관의 명칭이 미국의 경우 Internal Revenue Service이다. 이 명칭에서 주목해야 할 단어는 Service다. 관청 이름을 Service로 표현하는 것은 징세자 중심이 아니라 납세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본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우리말 표현으로 살리면 '징세청'이 아니라 '지원청'이 된다. 조세든 보험이든 국민들로 하여금 관련 법에 규정된 내용과 절차에 따라 소정의 세금과 보험료를 제대로 납부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징수행정의 목적이기에 통합기관을 '국민납부지원청'으로 명명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큰 의미를 갖는다. '국민납부지원청'의 설립으로 보다 전문화된 인력에 의해 보다 적은 비용으로 국민의 불만을 최소화시키면서 조세 및 보험료가 징수돼 관련정책의 추진이 반석 위에 올려지기를 기대한다. CHOIK01@cholli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