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 부실회계 여파로 미국 자본시장의 투명성에 대한 의심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6일 7억5천만달러 규모의 외환매매 손실을 은닉한 사건이 드러나 시장의 감시체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일랜드 최대은행 얼라이드아이리시뱅크(AIB)의 미국 자회사 올퍼스트파이낸셜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모회사인 AIB가 보수적 경영으로 이름이 높았던 데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감독하는 은행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시장에 충격을 더하고 있다. 특히 용의자인 외환트레이더 존 러스낵은 외환거래에서 발생한 손실을 감추려고 지난해 수십건의 가짜 옵션거래를 해온 것으로 나타나 AIB의 내부감시시스템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번 사건은 단 한명의 직원이 일으킨 외환사고로는 1995년 싱가포르 딜러 닉 리슨이 14억달러 손실을 발생시켜 영국 베어링스은행을 파산에 몰고간 사건을 제외하면 최대 규모다. AIB는 이번 사건으로 은행 경영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AIB 마이클 버클리 회장은 "7억5천만달러를 손실처리하고도 지난해 약 6억유로의 세후이익을 냈으며 자기자본비율도 10.8%에서 9.9%로 줄어들지만 국제 기준으로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AIB에 대한 시장의 신뢰성은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은행들은 이날 AIB와의 외환거래를 일제히 중지했으며 아일랜드 중앙은행도 AIB의 환손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AIB주가는 전날에 비해 16.05% 떨어진 19.77달러로 마감됐다. 월가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으로 일반 기업뿐 아니라 금융회사로까지 부실회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며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감독및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