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정기주총 시즌이 오는 15일 넥센타이어를 시작으로 막이 오른다. 과거 수년간 주총의 단골 화두였던 '부실경영 성토' '쥐꼬리 배당에 대한 질타' 등은 올해는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기대이상의 실적으로 주가가 많이 오른데다 주주(투자자)중시 경영을 위한 기업의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高)배당 정책과 기업들의 배당성향이 향상되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예다. 특히 고배당정책은 상장 등록기업들이 주주의 요구와 권리를 도외시해온 그간의 경영 폐습에서 벗어나고 있는 긍정적인 징후로 증권계에선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 주총은 '격전의 장'이 아닌 '격려의 장'이 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 고배당 정책 =시가총액 상위기업들의 액면배당률은 순이익 변동에 따라 상승과 하락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절반가량 줄어든 포항제철과 삼성전자는 올해 액면배당률을 지난해 수준이거나 또는 소폭 내렸다. 실적이 크게 좋아진 한국통신과 국민은행은 배당률을 올렸다. 주목할 점은 이익이 증가한 기업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포철의 배당성향도 높아졌다는 점이다. 주주에게 돌려주는 몫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중견.중소기업들도 고배당 전략으로 선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태평양 삼화페인트 대양제지 청호컴넷 삼진제약 등도 올 액면배당률을 지난해보다 높일 계획이다. 태평양의 액면배당률은 지난 98년 11%, 99년 15%, 2000년 19.5%, 올해 25%(예정) 등 4년연속 상승하고 있다. 이같은 고배당 전략은 탄탄한 이익기반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증권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특히 주가 추이를 해당기업의 경영실적 평가와 직결시키는 추세라는 점에서 앞으로 이런 고배당 전략을 택하는 기업들이 이어질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위닉스 디지아이 태경화학 CJ푸드시스템 등 코스닥등록 기업들의 배당률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물론 기업들이 액면배당률을 높이고 있다하더라도 '체감 배당금'을 나타내는 시가배당률(배당금÷주가)은 아직 낮은 수준이라고 할수 있다. 시가대비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하지만 배당률과 배당성향이 높아지고 있는 것 자체가 주주를 중시하는 경영마인드가 정착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 고배당전략의 배경 =기업들이 주주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고 이를 경영에 반영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특히 상장기업 시가총액의 37%를 쥐고 있는 외국인을 비롯해 국내 소액주주들을 더이상 무시할 수 없는 여건이 조성돼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강창희 굿모닝투신 사장은 "시세차익 뿐만 아니라 배당을 투자 잣대로 여기는 일반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기업들도 이같은 여건변화를 직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외부 환경이 바뀌고 있다는 점도 고배당 정책과 무관치 않다. 온기선 동원경제연구소 이사는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자 기업의 기대 투자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예년처럼 신규투자를 크게 늘리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현금흐름이 풍부해지고 배당여력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온 이사는 "과거 고성장시대에는 배당을 줄이고 신규 투자에 역점을 두는 전략이 주주가치를 극대화할수 있는 방안이었으나 한국도 저성장시대로 접어든 만큼 선진국형 고배당 관행이 정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장기투자 여건으로 이어질까 =고배당 정책으로 나타난 주주중시 경영의 정착은 증시에서 장기투자문화를 정착시키는 중요한 토대가 될 것으로 증권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굿모닝투신 강 사장은 "국내기업의 주주경시 경영관행이 그동안 한국 증시를 디스카운트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기업들의 경영마인드 개선은 국내증시를 한 단계 리레이팅(재평가)시키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외국인의 지속된 주식매입도 이같은 변화를 가속화하는데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