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경영판단 사법심판' 어떻게 볼것인가 .. 토론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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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경영진에게 경영 과실 책임을 물어 9백2억8천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진 것과 관련,논란이 뜨겁다.
최근 수원지법은 98년 소액주주대표 22명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에 대해 삼성전자가 충분한 검토없이 이사회 1시간만에 부실기업(이천전기) 인수를 결정한 것과 주당 액면가 1만원,순자산가치 5천7백33원인 삼성종합화학 주식을 2천6백원에 처분한 것은 전현직 이사 9명이 의무를 위배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이와 관련해 △이사의 선관주의 의무(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어디까지 물어야하는가 △형평의 원리를 고려할 때 배상액수가 적절한가 △현재 잣대로 과거의 일을 심판할 수 있는가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한국경제신문은 7일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법조계 학계 재계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경영판단과 사법심판,어떻게 봐야하는가'라는 주제의 지상좌담회를 마련했다.
△사회자(정광선 교수)=판결문에는 이사들이 객관적인 자료들을 요구한 적이 없는데다 재무구조도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기업인수 외의 다른 대안을 고려한 증거가 없다며 선관주의 위배라고 했다.
선관주의 의무 위배란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인가.
△이석연 변호사=선관주의 의무 위반에는 주식청약이나 재무제표 등 서류 허위 기재,허위 등기와 공고,무리한 사업 확대,지급능력을 초과한 어음승인,이사의 상호 감시 역할 위반 등이 해당된다.
또 경영판단이란 이사가 권위내에서 객관적인 정보에 따라 제반상황을 고려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정의하며 이같은 절차를 거쳤다면 설사 그 판단이 잘못됐더라도 사법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김정호 부원장=경영자가 대표소송에서 책임추궁을 당해 개인재산으로 배상하라는 것은 경영자로서가 아니라 사적 책임을 물은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사건에서는 개인적인 이득을 추구했다는 증거가 없다.
또 판결문에서 경영판단이 아닌 절차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는데 이사회가 한시간 안에 끝나는 것은 흔한 일인데 결과가 잘못됐다해서 책임을 지라고는 말할 수 없다.
△김석준 교수=전문인들이 결정한 것을 사후적으로 실패했다 해서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이들의 자생력을 인위적으로 구속하는 것이다.
선진화될수록 법의 판단을 최소화하고 각 부문의 자율성에 의해 사회가 유지되는 게 바람직하다.
△이 변호사=경영에서 과정과 절차가 중요하다고 하는데,경영은 공권력과 다르다.
공권력에서는 적법절차가 아니면 위헌이지만 경제행위에서는 기업의 경제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한다고 헌법으로 명시해 놓고 있어 절차의 적법성을 묻는 것은 법의 논리에 위배되고 경영을 공권력과 같이 보는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김 부원장=객관적 정보에 기초해서 판단하면 선관주의 위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경영자는 직관과 경험으로 경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사회자=경영자의 직관과 경험을 존중해야 한다면 책임 추구는 어떻게 하고 질서는 어떻게 유지하는가.
선관주의는 사문화돼야 할까.
△이 변호사=결정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견해와 의사결정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관행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내부자간 거래는 부의 이전이라는 문제가 있으므로 의사결정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야한다.
△사회자=손해배상금액은 이사들의 보수수준을 감안해야 한다며 형평성에 대한 논란도 있다.
△김 부원장=미국에서는 각 주마다 이사들의 배상 한도를 정하고 있다.
실례로 버지니아주는 10만달러가 상한선이다.
법관이 중대 과실 여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는 이상 경영자와 회사가 스톡옵션 증여여부를 약속하듯이 개인적 손해배상 부분도 계약으로 정하는 게 어떨까.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을 때 연봉의 두배 또는 세배를 배상하라는 식으로.
△사회자=삼성전자 사례는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에 득인가 실인가.
경영의 투명성과 지배구조개선,책임경영,계열사 독립경영에 도움이 되는 판결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경영자들의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고 위험회피행태를 보여 투자가 감소할 거라는 우려도 있다.
△김 교수=양쪽 다 설득력이 있다.
다만 첫 사례로 삼성전자가 타깃이 된 것은 불행한 일이다.
잘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국민경제에 공헌한 만큼의 평가가 뒤따라야 한다.
법제도와 현실의 문제는 영역과 시대에 따라 다른데 우리 현실은 경제는 앞서가고,법제도는 뒤따라 가는 형편이다.
국민정서도 여전히 선진제도에 비판적이고 평등주의를 추구한다.
이 간격을 좁히기 위해 선진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하려는 복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정리=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