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 임기말이 다가오면서 고위 관료들이 서로 보직을 차지하기 위해 '도를 넘어서는' 인사경쟁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와 당에 파견된 공무원은 대통령 임기내 원대복귀를 위해 전방위적인 로비에 나서 있고, 부처내 공무원들은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위해 파견나간 공무원들에 대한 악소문마저 퍼뜨리고 있는 정도다. 그러다보니 '작고 효율적인 정부'는 안중에도 없고 거의 모든 부처들이 새로운 조직 만들기와 자기사람 우선 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부 부처는 부처간 대립등으로 후임인사가 이뤄지지 않은채 한달씩 중요보직을 비워두는 사례마저 생겨나고 있다. 파견관료들의 원대복귀 시도 =청와대와 당에 있는 관료들 사이에는 이번에 반드시 좋은 자리를 차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정권이 교체될 때까지 청와대나 당에 남아 있으면 찬밥신세가 될 공산이 크다는 우려다. 재정경제부에서 파견나온 박봉수 국회 재경위 전문수석위원과 김영룡 민주당 전문수석위원, 산업자원부에서 나온 하명근 민주당 수석전문위원, 기획예산처의 변양균 민주당 수석전문위원 등이 이번에 원대복귀 대상자들이다. 고위간부인 이들이 복귀하면 내부 승진 몫은 그만큼 줄어든다. 재경부는 세제실장과 통계청장 두 자리가 비었지만 외부인사들에게 자리를 내주면 인사적체가 풀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들의 복귀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새로운 조직 만들기와 자기 사람 보내기 =경제부처중 인사적체가 심각한 편이었던 기획예산처는 이번에 '승진인사 잔치'를 벌일 판이다. 차관급으로 3명을 배출했고 새로 생긴 부패방지위원회와 인권위원회에도 각각 국장급을 파견하기로 했다. 기금관리국이 신설되면서 국장과 심의관(국장급) 자리가 생겼고 과장보직은 4개나 새로 만들었다. 과천 모부처 관계자는 "기획예산처가 내부 인사를 모두 승진시킬 경우 행시 30회(88년 임용자) 이후 공무원들도 보직과장을 맏게 된다"며 "예산권을 쥐고 있다고 해서 자기조직을 마음대로 늘리고 새로 생기는 조직마다 자기 사람을 보내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재경부의 경우 가장 빨리 승진한 보직과장이 행시 28회다. 금감위는 '대변인 겸 기획행정실장'을 '공보관'과 '행정실장' 두 자리로 찢었다. 재경부 출신이 국장으로 영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누어 먹기의 전형적인 사례다. 나머지 경제부처들도 사람 수에 비해 자리가 모자란다고 아우성이다. 당과 국회가 방출되는 공무원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분위기는 험악해진다. 재경부는 지난달 출범한 부패방지위원회에 한 사람을 보내려 했으나 행자부와 예산처에 밀렸고 금감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으로 국장급을 파견하려던 시도도 포기한 상태다. 무보직 대기와 인사 적체 =재경부는 지난달 공석이 된 재산소비세심의관과 관세심의관, 공적자금위원회 사무국장, 국세심판관을 아직까지 선임하지 못했다. 외부로 내보내려 했던 인사 시도가 좌절되면서 무보직 대기중인 국장들도 발이 묶였다. 산자부는 외청 고위 간부들이 스스로 옷을 벗지 않으면 승진 요인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국세청도 1급들이 자리를 비워 주지 않아 차관을 배출한 행시 13회 5명이 국장보직을 맡고 있다. 과장 등 중간 간부들의 인사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은행도 98년 한은법 개정이후 외부로 인사 배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불만이 높다. 지난 2년간 심훈 부총재가 부산은행장에 선임되고 국장급 2명이 외환은행과 제주은행 감사로 각각 빠져 나간 것 말고는 외부 전출이 없다. 한국은행은 오는 3월 임기가 끝나는 총재와 4월 임기 만료되는 2명의 금통위원,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선임된 장승우 전 금통위원의 후임인사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