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학제도 시장논리 본격 도입] 연세대 기여입학제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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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에 안주해 있던 대학들이 시장으로 달려 나가고 있다.
대학 선택 추세가 '간판보다는 실리'로 바뀌면서 등록 미달 사태가 속출하자 서울대학도 체면을 버리고 시장을 선택했다.
7일 서울대는 사상 처음으로 수시 추가모집을 한다고 발표했다.
학생을 빼앗아 간다는 타대학의 비난을 감수하고 '고객(입학생) 모시기' 경쟁에 불을 댕긴 것이다.
이날 사학의 대표주자인 연세대학은 장기고객(입학생) 확보를 염두에 둔 기부금 모금전략을 발표했다.
이들의 움직임은 '수요와 공급'의 시장논리가 교육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전파되기 시작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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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는 8일부터 25일까지 4차례에 걸쳐 10개 중앙지와 2개 경제지에 '연세사랑 한 계좌 갖기 운동'을 홍보하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낼 예정이라고 7일 발표했다.
연세대가 이처럼 기부금 모금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을 두고 얼마 전 운만 뗏다가 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있는 '기여우대제' 도입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연세대가 기획한 '9단(21㎝) 크기'의 컬러 신문광고는 학교가 기부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새롭게 도입한 '연세사랑 한 계좌 갖기 제도'에 대한 PR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광고에는 '이 운동에 동참하시는 분에게는 영구적으로 보존되는 개인 명의의 계좌를 설정해 드린다'는 문장과 함께 '여러분의 귀한 이름은 연세 역사와 더불어 영원히 남게 될 것이며 연세는 여러분의 은혜에 보답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현재 교육부의 반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기여우대제가 허용될 경우 대학에 꾸준히 기여를 한 기부자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은혜를 갚겠다는 내용으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연세대는 이달 4차례의 광고에 이어 '기여금 관리 위원회'를 설치, 기금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내용의 후속 광고도 내보낼 계획이다.
김영석 연세대 대외협력처장은 "당장 '연세사랑 한 계좌 갖기 운동'과 기여우대제를 연계시키는건 무리가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하나의 일치점을 찾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연세대의 이러한 움직임에 고무돼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다른 사립 대학들도 향후 연세대의 행보를 조심스럽게 지켜보며 기여우대제 도입을 위한 준비에 나서겠다는 복안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명석 단국대 인문학부 교수는 "교육의 평등성이라는 차원에서 기여입학제를 반대하는 교육부의 생각은 시대착오적"이라며 "대학교육의 하향 평준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평등보다는 효율을, 명분보다는 실리를 추구할 수 있는 기여입학제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방실.이정호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