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12월 결산법인들이 배당성향을 전년보다 높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배당을 강화해 안정적인 주주를 확보하고 장기투자 문화를 만들어 가려는 이같은 노력은 증시발전은 물론 기업 자신의 자금조달 측면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97년의 대환란 이후 기업들은 내실경영 투명경영 주주중시경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고 그것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번 배당에서 특별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경기침체로 지난해 경영여건이 몹시 어려웠음에도 주주배려에 애쓰는 기업이 많다는 사실이다. 이익이 줄었지만 전년의 배당수준을 유지하는 기업이 있고, 배당성향을 높여 배당금이 떨어지지 않도록 배려하는 기업도 있다. 기업입장에서 신규투자 수요가 많지 않고,그동안 다져온 수익중심 경영으로 현금흐름이 좋아진데다 주총 때마다 되풀이돼온 소액주주들의 고배당 요구를 수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평균 배당성향이 40%에 이르는 선진국에 비하면 20% 안팎인 한국기업의 배당성향은 아직 낮은 편이다. 또 배당수익률도 1.7% 정도로 2%를 넘는 미국과 유럽기업에 비해 뒤지는 것이 사실이다. 평면적으로 비교하면 배당을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주주들의 고배당 요구는 주주중시 경영에 대한 경영진의 노력을 확인하고 감시하는 차원이 돼야지 그것이 기업의 재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거나 압력으로 작용해서는 곤란하다. '배당을 적게 하는 기업은 주주를 경시하는 기업'이라고 무조건 매도해서는 투자위축을 불러오게 된다. 그러잖아도 최근들어 차입경영 배제와 수익중심의 경영이 강조되고 경영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데에도 주가가 사용되면서 투자에 대해선 보수적인 색채가 짙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넘치는 실업자를 줄이고 생기 잃은 경제를 활기차게 돌리려면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돼야 하는데 지나친 고배당요구가 투자의 발목을 잡거나 기업의 축소경영을 부추겨선 안될 일이다. 배당성향은 한번 올라가면 주주의 높은 기대 때문에 이익이 떨어져도 쉽게 낮추기 어려운 속성을 갖는 만큼 주주와 경영진 모두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배당이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주주와 경영진의 신뢰확인에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주총에서 주주는 기업의 능력을 넘는 배당요구를 자제하고 경영진은 재투자 재원을 얼마나 유용하게 활용할 것인지 청사진을 제시해 주주들의 신뢰를 높여나가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