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이 흑자를 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닷컴기업에 대한 평가가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 아마존은 작년까지만 해도 투자자들 사이에 기피대상이었지만,흑자전환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작년부터 일부 닷컴기업들이 흑자전환했으며 금년에는 더 많은 숫자가 흑자전환을 자신하고 있다. 작년 닷컴기업의 주가가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닷컴기업의 가장 큰 적은 자기 자신이었다. 풍부한 자금과 진입장벽의 부재로 닷컴기업들이 무더기로 생성됐고,이들이 제한된 시장을 놓고 출혈경쟁을 했다. 어떤 업체들은 원가 이하로 팔아 매출이 늘수록 적자도 늘어나는 상황을 빚기도 했다. 출혈경쟁의 결과 수익성은 악화되고 많은 닷컴기업들이 자금난으로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제는 남아있는 리더들이 다시 시장을 분할하고 있으며,이에 따라 서비스가격도 오르고 있다. 그리고 과거와 같이 수백억원을 닷컴에 투자하겠다는 투자자가 없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진입장벽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살아남은 닷컴기업들은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닷컴기업들의 전망을 밝게 하는 것은 인터넷 매체가 사용자에게 많은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일일이 방문해야 가능했던 도서관 서점 은행 등의 일처리가 이제는 인터넷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외국업체와의 거래도 신용카드만 있으면 인터넷으로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다. 비즈니스 외에도 게임 영화 스포츠 레저 종교 등 여러 영역에서 인터넷은 사용자에게 편리함과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불과 3∼4년 만에 인터넷은 우리 생활에서 텔레비전이나 전화처럼 필요불가결한 도구가 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한국의 전반적인 정보화 수준은 닷컴기업들에 좋은 사업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율이 세계 1위,국가 정보화수준은 OECD 국가 중 3위,인터넷뱅킹 사용률은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정보 인프라가 튼튼하다. 한국이 산업화에서는 미국 일본 서유럽에 1백년 이상 뒤졌지만,정보화에서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것은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특히 한국 경제가 서비스로 이전하는데 있어 정보화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닷컴기업의 화려한 컴백을 확신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우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대대적인 유료화가 필요하다. 이제 네티즌들도 자신들이 누리는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성숙한 소비습관을 길러야 할 때다.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비용이 드는 만큼 서비스를 공짜로 받으려 해서는 안될 일이다. 그리고 인터넷 광고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광고성 메일에 대한 유료화도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닷컴 CEO의 자질이다. 지난 수년 많은 벤처기업인들이 본업에 충실하기보다는 '벤처연방'구축,언론 및 정치 로비 그리고 '머니게임'에 치중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회장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회사의 비용을 줄이고 직원의 효율을 높이는 등 기업이면 마땅히 신경 써야 할 문제들을 돌봤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기보다 검증된 모델을 완성시켜 나가는 인내가 필요한 때다. 기업이 경쟁력을 이루어 나가는 길은 멀고도 험한 것이지,한 순간의 빅딜이나 사건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벤처 거품 때 큰 곳으로부터 투자를 받았거나 대기업과 제휴를 했다는 사실만 갖고 '이제 게임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고 장담하던 회사들이 지금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자유치를 했거나 코스닥에 입성했다는 것은 '상황끝'이 아니라 '상황시작'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금년에는 닷컴기업들의 화려한 컴백을 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닷컴기업의 발전을 토대로 한국의 정보화수준이 한단계 업그레이드되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wchu@car123.co.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