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다임러크라이슬러의 2차 제휴가 임박했다. 2000년의 제휴가 자본제휴를 바탕으로 한 상호협력관계 구축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이었다면 2차 제휴는 양사가 실질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현대차는 자체 수익기반이 취약한 상용차 사업부문을 합작사로 전환하면서 8천억원의 현금을 확보, 지금까지 전주공장에 투입된 투자비(1조원)의 대부분을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 또 중형 승용차 엔진을 다임러측에 제공함으로써 세계시장에서 '현대'라는 브랜드를 한단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위르겐 슈렘프 회장까지 직접 나선 이번 제휴에서 다임러측이 얻는 이득도 만만찮다. 다임러는 불과 수백억원의 로열티를 지불하고 4천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될 현대의 'NF' 엔진을 가져다 쓸 수 있게 됐다. 상용차 부문에선 다임러 유럽공장들에 비해 원가경쟁력이 좋은 전주공장의 공동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돼 중국 및 아시아시장 전략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현대차와 다임러는 자본-생산-마케팅-기술에 이르는 전 분야의 제휴를 완성함으로써 제휴형태로는 최대 숙원인 '엔진 및 플랫폼 공유'에 바짝 다가섰다는 평을 듣고 있다. 다임러의 고급 승용차, 크라이슬러의 RV(레저용차), 미쓰비시의 중대형 승용차, 현대차의 중소형 승용차 등 서로 강점이 있는 플랫폼을 '개방'할 경우 엄청난 개발비 절감과 함께 연구개발(R&D) 부문의 시너지를 배가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 상용차 합작 =국내시장에서 성장성이 한계에 도달한 전주공장이 다임러와 엔진부문을 합작한데 이어 생산-마케팅까지 합작할 경우 새로운 전기를 모색할 수 있다. 현대와 다임러는 합작사의 공동경영권을 가지며 독자 브랜드를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상용차 부문에서 다임러의 엔진기술과 마케팅 능력은 세계 최고수준으로 알려져 있어 향후 생산시설을 확충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현대측 설명이다. 현재 전주공장은 버스 1만2천대, 트럭 8만8천대 등 연산 10만대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상용차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다임러는 특히 중대형트럭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중국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다임러는 중국 제일기차와 중형트럭 합작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타결이 되지 않을 경우 단기적으로 합작사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승용차 엔진 공유 =양측은 이번에 제휴방안을 발표할 때 '엔진 공유'라는 표현을 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는 다임러측의 '체면'을 배려해준 표현일 뿐 실상은 현대차 엔진기술을 다임러와 미쓰비시가 제공받는 것이다. 엔진 부문의 제휴도 중소형차 경쟁력 향상을 위해 다임러측이 먼저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그동안 주로 미쓰비시를 통해 중소형차 시장 전략을 구사해 왔지만 높은 원가부담과 판매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세브링 스트라투스 등 크라이슬러의 중형급 모델을 생산하고 있는 미쓰비시 일리노이 공장의 경우 1999년이후 판매실적이 매년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급차 브랜드인 벤츠 역시 A클래스 등 소형 세그먼트 모델을 생산하고 있으나 원가경쟁력 측면에서 월드카 개념으로 육성하기엔 적합하지 못한 상황이다. 다임러는 이에 따라 이미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입증된 EF쏘나타 시리즈의 엔진을 도입해 수억달러에 달하는 개발비를 줄인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관측된다. 다임러와 미쓰비시는 현대로부터 엔진 기술을 받아 오는 2004년부터 출시되는 자사의 고유모델에 장착하되 지역별 수요 특성과 판매전략에 따라 1천8백∼2천4백㏄급까지 다양한 형태로 변형할 예정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