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휴를 계기로 현대차와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현재 다임러는 현대차의 1대 주주(9%)여서 표면적으로 보면 크라이슬러 미쓰비시를 거느리고 있는 다임러 연합군에 현대차가 편승한 모양새를 띠고 있다. 세계 업계도 현대차가 독자 생존에 자신이 없어 다임러에 몸을 의탁한 것으로 보았던 것이 사실이다. 2000년 6월 전략적 제휴를 발표할 즈음의 상황을 보더라도 다급한 쪽은 현대차였다. '연산 4백만대'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 '정설'로 굳어진 상황에서 어떤 형태로든 빅메이커와 손을 잡아야할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그룹내에서 경영권 마찰까지 빚어져 현대차는 독자경영 능력에 대한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다임러의 제휴 손길은 '천군만마'와도 같은 원군이었다. 정몽구 회장이 정주영 전 현대명예회장의 경영퇴진 압력을 '전문경영인'이라는 명분으로 물리칠 수 있었던 것도 다임러와의 제휴덕분에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다임러와의 초기 협력관계는 자본 제휴를 제외하곤 이렇다할 내용을 보여 주지 못했다. 공동개발키로 한 월드카는 다임러와 현대차가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면서 독자개발로 선회했고 상용차 합작도 엔진 부문에 그쳤다. 특히 월드카 부문은 소형차 생산능력에 대한 쌍방의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대차가 최근 2년간 사상 최대의 실적기록을 경신하며 눈부신 경영성과를 보이고 북미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시장점유율을 나타내면서 현대차를 바라보는 다임러의 눈길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동맹군인 크라이슬러와 미쓰비시가 미국시장에서 죽을 쑤고 있는 동안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던 현대차가 약진을 거듭했다. 급기야 다임러는 중형승용차 부문의 엔진제휴를 먼저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앞으로 현대차와 다임러는 상호 대등한 관계속에서 다양한 협력방안을 모색케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현대차가 중국과 미국에 공장을 건설해 오는 2005년까지 4백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할 경우 다임러의 대(對)현대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