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앞 맞춤가구 거리' .. 특이하지...유일하지...부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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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사는 강연화(32)씨는 맞춤가구 팬이다.
붙박이장과 식탁을 가구회사에 맡겨 주문제작한 게 시초다.
당시엔 디자인까지 알아서 해달라고 했다.
MDF(목재를 갈아 접착재를 섞어 재가공한 원자재)로 다리를 만들고 인조대리석으로 마감한 식탁은 시중에선 살 수 없는 그만의 "작품".
재료비와 수고료를 합쳐 50만원이 들었다.
11자 반짜리 붙박이장은 유명 메이커에 맡기다 보니 브랜드값을 포함해 1백20만원이 소요됐다.
강씨는 그뒤 직접 제작에 나섰다.
옷방용 옷수납장,안방용 TV받침대,조리대 등 지금까지 8가지의 가구를 스스로 만들었다.
재료비로 모두 1백만원을 썼다.
"좋은 것을 사자니 너무 비싸고 아무거나 들여놓자니 유행이 지나면 처치곤란이고,자투리 공간용 가구는 사이즈가 애매해서 적당한 걸 찾기도 쉽지않고... 결론은 내가 만들자 였습니다"
원자재에서부터 규격 디자인 색상까지 자기 마음대로 할 수있는 맞춤가구가 인기다.
디자인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유명 수입가구를 비롯해 많은 국내외 가구회사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가구의 사진과 규격을 상세히 소개하기 때문에 디자인은 이를 참조하면 된다.
톱질하는 법이나 대패질 하는 법은 현장에서 배우면 된다.
맞춤가구 전문점은 서울 홍익대학교 앞에 많이 몰려 있다.
"나만의 홈인테리어 가구","색깔있는 나무","부러운 가구","내가 디자인하고 내가 만드는 가구" 등 20여개에 달한다.
일산 분명당 같은 가구공단이나 한샘 에넥스 등 특화업체도 고객이 디자인인 해온 가구를 만들어주고 있지만 일반인이 접근하기 쉽고 비교적 저렴한 곳은 아무래도 홍대앞이다.
이들 가구점의 간판에는 "DIY"또는 "MDF"라는 이름표가 달려있다.
2차대전 직후 영국에서 탄생한 DIY(Do It Yourself)는 고객이 디자인은 물론 제작까지 직접하는 가구라는 뜻으로 2차 대전 직후 영국에서 시작됐다.
국내에는 외환위기 때 상륙했으며 흔히 디자인은 직접 해다주고 제작은 가구점에 의뢰하는 것을 말한다.
홍대앞 맞춤가구 거리에 가면 어항 테이블과 판넬 옷걸이처럼 독특한 나만의 제품을 주문할 수 있다.
어항테이블은 테이블과 유리값이 16만원,판넬 옷걸이는 6만원짜리다.
가구 주인은 어항 속에 자갈 산소발생기 물고기를 채워넣느라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 총 40만원을 썼다고 한다.
"내가 디자인하고 내가 만드는 가구"의 문을 열면 눈에 확 들어오는 흰색 책장은 재료비와 수고비를 포함해 50만원이 들었다.
단순한 디자인의 책장은 넉넉잡아 20만원이면 만들어 주지만 디자인이 독특하고 설계상 지지도가 약해 비싼 원목을 재료로 쓸 수밖에 없었다.
독일의 한 도서 전시회에 나왔던 가구에서 아이디어를 따 모 기업이 전시용으로 제작을 의뢰한 것이다.
홍대앞 가구점들은 대체로 가공이 쉽고 저렴한 MDF나 소나무 집성목을 즐겨 사용한다.
주문자가 원할 경우 호두나무나 체리목으로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원목을 쓰면 흰색 책장의 경우처럼 가격이 훌쩍 올라간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또 홍대앞 가구점들은 대체로 소규모이고 개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독특한 원자재는 잘 취급하지 않는다.
고급 원자재로 대형 가구를 맞추고 싶다면 가구공단까지 나가는 게 좋다.
또하나 염두에 둬야하는 것은 비용이 그렇게 많이 절감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맞춤가구는 유통마진이 없기 때문에 기성품보다 15% 정도 저렴하나 대량 생산이 아니라 가격을 낮추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
하지만 맞춤가구는 개성있는 디자인과 꼭맞는 규격이라는 점에서 확실히 경쟁력이 있다.
여기다 자기만족이라는 플러스 알파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에는 강씨처럼 나만의 디자인에만 만족하지 않고 직접 톱 들고 진정한 DIY에 도전하는 사람도 늘어나는 추세.
직접 제작까지 하면 기성품을 살 때보다 최대 40%까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얼마전 DIY동호회에 가입한 홍재천(43.회사원)씨는 "최근 이사를 해 장식장을 새로 만들고 있다"며 "마지막 손질을 하기 위해 회사에 3일 휴가를 냈을 정도로 가구 만들기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