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에 대한 메모리부문 매각협상 타결이 기정사실화됨에 따라 비메모리회사로 남게되는 하이닉스반도체의 미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이닉스가 부채를 대폭 줄여 기형적 재무구조를 정상화할 수 있느냐에 독자생존 여부가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또 그동안 비주력사업이던 비메모리사업을 어떻게 주력사업으로 키워나갈 수 있을 지도 관심사다. 박종섭 사장은 "하이닉스반도체의 비메모리사업은 지난해 약6억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 10억달러(약1조3천억원)규모의 회사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채권단의 출자전환이 마무리되면 하이닉스의 자본금은 10조원,총부채는 6조6천억원(지난연말기준)수준에 달한다. 이중 차입금만 5조원수준으로 집계되고 있다. 매출액에 비해 차입금과 자본금이 몇배나 되는 기형적 구조다. 비메모리사업에서 나오는 영업이익으로는 이자 상환 등 정상적인 재무관리가 불가능하다. 하이닉스의 메모리부문 매각대금은 대부분 채권단에 대한 차입금 상환용으로 들어간다. 총40억달러중 비메모리분야 지분인수대금(2억~3억달러)은 채권단이 직접 받는다. 유진공장의 외국은행 차입금 10억달러를 우선 상환하고 나머지 27억~28억달러(3조5천억~3조6천5백억원)를 채권단의 채무상환에 사용하게 된다. 이렇게되면 국내금융회사 부채 5조원중 1조5천억원이 잔존법인에 남게 된다. 박 사장이 적정수준이라고 얘기한 6천5백억(약5억달러)선을 맞추기 위해서는 8천5백억원가량의 차입금을 탕감해줘야 한다. 그러나 채권단은 1조원수준의 차입금을 남겨두려는 입장이다. 채권단이 자신들의 입장을 고집할 경우 주주들과의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0조원수준에 달하는 자본금도 골칫거리다. 박종섭 사장이 주식병합의 필요성을 거론한 점으로 미뤄볼때 주식병합이 깊숙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말뜻 그대로의 주식병합이라면 자본금은 그대로 둔채 주식수만 줄이는 것이어서 기형적인 재무구조는 여전히 남게 된다. 하이닉스는 표면적으론 감자 계획을 부인하고 있지만 자본금 규모로 볼 때 감자가 단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하이닉스 잔존법인의 지분 20~25%를 인수키로 하고 그 대금으로 2억~3억달러밖에 책정하지 않은 점도 감자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하이닉스의 주가를 감안해 단순계산하면 지분 25%를 인수하는데 1조2천5백억원(약9억6천만달러)가량이 필요하다. 마이크론의 출자금액과 지분 등을 이와 비교하면 최소한 3대1 내지는 4대1 정도의 감자가 필요하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기업분석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하이닉스가 국내외투자자들을 고려해 그동안 감자 가능성을 거듭 부인해온데다 올해 여러 선거가 치뤄지는 점 등을 들어 감자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도 많다. 마이크론에 대한 메모리사업 매각이 잔존회사의 기업가치를 떨어뜨릴 것으로 보는 주주들이 많으면 주주총회에서 진통을 겪을 수도 있다. 이번 매각건은 주총특별결의 사항으로 참석주주의 3분의 2이상과 발행주식의 3분의 1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통과된다. 하이닉스의 주식90%를 소액주주가 갖고 있어 이들이 적극적으로 반대할 경우 난항이 예상된다. 주식매수청구권행사도 논란거리다. 하이닉스측은 행사대상이 아닐 수도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번 매각은 중요한 자산매각에 해당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대상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악재들이 사전에 주가에 반영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하이닉스는 재무구조가 대폭 개선되고 집중적인 투자를 하게되면 우량한 비메모리회사로 재탄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의 거대 파운드리(수탁가공생산)회사들과 직접 경쟁하지 않고 틈새시장을 개척해 생존기반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어쨌든 하이닉스로서는 협상이 최종타결되더라도 넘어야할 과제가 첩첩산중인 셈이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