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바꿔야 '경제'가 산다] (7) '학생이 외면하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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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 사립 명문 A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한 김모씨(21).꿈에 그리던 대학,그것도 그토록 원하던 학과에 들어갔건만 그는 요즈음 허탈감에 빠져 있다.
교육 여건이 "실망"을 넘어 "절망"수준이어서다.
김씨는 "일부 전공수업의 경우 2백여명이 한 강의실에서 들어 뒷좌석에 앉으면 칠판 글씨도 볼 수 없었다"며 "토론식 수업은 커녕 모르는 게 있어도 대충 넘어가기 일쑤여서 솔직히 뭘 배웠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현재 유학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다.
학생이 학교를 외면하고 있다.
중.고교 대학교를 불문하고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폭발일보 직전까지 치닫고 있다.
지난해 서울대 이공계 석·박사 과정에서 무더기 미달사태가 발생한 게 단적인 예다.
전통적으로 경쟁률이 높았던 공대 박사과정은 전기,컴퓨터공학부와 건축학과를 제외한 전 학과가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학부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대는 최근 신입생등록을 마감한 결과 일부 학과에 미달사태가 발생하자'자존심'을 버린채 사상 처음으로 수시 추가모집을 실시했다.
전문가들은 "교육소비자들의 요구를 제때 충족시키지 못한 늑장 대응과 우수인재는 무조건 서울대로 올 것이라는 '오만'이 빚어낸 합작품"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 B대학 신문방송학과 3학년인 최모씨(23)는 무책임한 학사운영에 진력이 났다.
수강인원을 감안하지 않고 강의실을 배정하는 바람에 학기 시작 후 2∼3주간은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씨는 "강의실이 정해져도 넘쳐나는 복수·이중전공자들로 전공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단 학생을 '받고 보자'는 식의 학교측 태도에 염증이 난다"고 털어놨다.
상당수 중·고등학생들은 '붕어빵 찍어내기'식의 평준화 교육에 불만을 품은 나머지 과감히 외국행을 택하고 있다.
서울시 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서초구내 중학생 가운데 유학을 위해 자퇴한 학생이 6백1명에 달한다.
2000년과 비교하면 70% 늘어난 수치다.
유학을 희망하는 학생수를 살펴보면 평준화 교육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고등학생 1만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82%가 '유학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경기도 분당의 모 중학교 2학년인 양모군(15)은 "선생님이 학업엔 뜻이 없는 학생들과 실랑이 하는 것을 구경하기도 지쳤다"며 "SSAT(미국 고교 입학시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연대 임영숙 회장은 "모든 학생을 획일화된 틀속에 묶어두는 현행 교육제도로는 학생 개개인의 능력발휘를 뒷받침해 줄 수 없다"며 "특수목적고 등을 늘려 '교육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