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이틀째 급락했다. 전날 6.3% 떨어진 데 이어 15일에는 가격제한폭까지 밀리면서 2천15원에 마감됐다. 특히 이날 장 마감 때 하한가에서 매매 주문이 폭주하는 바람에 거래 체결 자체가 지연되기도 했다. 이날 거래량은 2억8천만주에 달했다. 작년 말 2천원이던 주가가 올해 초 3천5백원까지 급등한 것은 D램 가격 상승과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의 합병 가능성 때문이었다. 특히 '채권단과 마이크론의 지분 맞교환→마이크론이 하이닉스의 대주주로 부상→든든한 대주주 아래에서의 D램사업 영위'라는 점이 호재로 작용했었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 이후 협상이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협상내용이 예상과 달리 자산매각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아지자 투자심리가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하락 배경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고 있다. 첫째 진행 중인 협상이 핵심 사업부문인 D램공장만 따로 떼내 매각하는 방향(영업 양도)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잔존 회사인 하이닉스는 아남반도체와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 회사로 남게 돼 기업가치(주주가치)가 크게 떨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둘째는 감자(자본금 감축) 우려다. 채권단이 보유 중인 전환사채(CB)가 오는 3월 이후 주식으로 전환되면 매출(비메모리) 1조원,자본금 10조원의 '기형적인' 재무구조가 된다. 이 때문에 감자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셋째는 정해진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점. 우동제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독자 생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정도로 협상이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이 주가 불안의 주 원인"이라면서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신중을 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재 하이닉스 지분 91%를 갖고 있는 소액주주들은 주총에서 영업 양도 결의에 반대,매수청구권(회사측에 주식을 사달라는 권리)을 행사할 수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