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관계가 원만하지 않아 직장을 그만둔 박모씨의 중요한 일과는 생활정보지의 점포 매물란을 보는 것이었다.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다 보니 투자금액도 넉넉하지 않고 짧은 직장경력외에는 사회 경험이 전혀 없어 확신을 갖고 업종을 선택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날 휴대폰 가입점 매물광고를 보게 됐다. 보증금 2천만원,월세 40만원,권리금 2천만원이 매도 조건이었는데 매도자인 권모씨는 가만히 앉아서 월 2백만~4백만원은 거뜬히 벌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점포가 깨끗하고 업무가 단순해 박씨의 마음에 들었다. 휴대폰 사용자가 많아 시장도 넓은 걸로 판단됐고,비교적 적은 투자비에 고수익까지 보장된다고 하자 박씨는 선뜻 계약했다. 그런데 권씨의 말과 달리 인수후 첫달 순수입은 90만원,다음달은 60만원이었다. 결국 4천만원 가까운 돈을 투자한 점포에서 아르바이트 인건비 정도의 수입밖에 오르지 않고 외부 영업에도 자신이 없던 박씨는 6개월만에 인수한 점포를 권리금 1천5백만원에 매물로 내놨다. 창업에는 세가지 방법이 있다. 신규 독립점포 개업,체인사업 가맹점 창업,기존 소매점포의 인수가 그것이다. 이중 기존 점포 인수는 중고가격으로 설비와 시설을 인수하므로 투자비가 적게들고 기존의 단골을 그대로 확보할 수 있고 어느 정도 홍보가 돼있다는 이점이 돋보인다. 더욱이 거래선도 이미 확보돼있고 별다른 비용없이 경영노하우도 전수받을 수 있어 왕초보일수록 기존 점포 인수를 선호한다. 하지만 박씨처럼 세밀한 사전 조사 없이 매도자의 말만 믿고 인수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매물로 나온 점포 대부분은 매출 부진이 원인인데 실패한 점포를 초보자가 되살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점포를 인수할 때는 상권.입지 조사를 통해 점포의 성공 잠재력을 체크해야 한다. 또 매물로 나온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매출부진이라고 해도 원인은 다양하다. 경영부실,나쁜 평판,경쟁자 출현,상권변화,업종과의 상권 궁합이 맞지 않는 경우,업종 수명주기 변화 등이 있다. 이중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상권이 전체적으로 쇠퇴하는 경우,쇠퇴기에 접어드는 업종은 인수하지 않는게 좋다. 업종과 상권의 궁합이 맞지 않는 점포는 업종전환이 필요하다. 경영부실이나 평판이 나쁜 점포는 반드시 리노베이션을 거쳐 재창업을 해야 한다. 임대인과의 불화,임차계약기간 만료가 매도 원인이라면 상대적으로 안전한 편이다. 다만 임대인이 지나치게 까다로워서 권리금을 인정해주지 않거나 임차인이 자주 바뀌고 불이익이 많지 않은지 알아봐야 한다. 한편 아이스크림,테이크아웃커피,액세서리점등 입지가 성패의 70%이상을 좌우하는 입지형 점포일수록 기존 점포 인수시 이점이 많다. 반면 전문음식점처럼 경영자의 경영능력이 전제돼야 성공할수 있는 명소형 업소는 장사가 잘되던 점포도 왕초보가 인수하면 실패할 수 있다. 꼼꼼한 장부 조사도 빼놓을 수 없다. 박모씨의 경우 장부만 세밀하게 검토했더라도 계속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 권씨의 말만 믿었다가 함정에 빠진 사례다. 재고 조사 역시 필수다. 오래된 재고는 인수자에게 부담만 될 뿐이다. 상품의 신선도,시설 노후정도,영업활성화 여부는 권리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다. 이밖에 해당 점포의 업종이력,인근 사업자나 주민의 반응,경쟁점 현황도 조사하는게 좋다. 운영중인 체인 가맹점을 인수할 때는 가맹점주 말만 듣지 말고 반드시 체인본사에 연락해 계약관계 및 권리 양도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www.changupok.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