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메이커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극심한 수요부진이란 "한파" 때문이다. 혹한을 이기기 위해 나름대로 대책을 세워보지만 그 효과를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부동의 1위인 노키아도 투자보다는 일단 현상유지에 급급하다. 현재 세계 시장의 주류는 아직도 제2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2003년을 기점으로 기술패턴이 제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GPRS(일반패킷 무선서비스)로 넘어가리라던 전문가들의 주장이 무색해지고 있다. 사실 GPRS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휴대폰 생산자에게도 꿈의 서비스로 통한다. 무선 웹을 통해 이미지를 중계하는 등 지금의 휴대폰보다 한 차원 높은 제품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휴대폰 메이커에겐 이런 꿈이 아직도 요원하게 보인다. 제2세대 서비스에서 제3세대 서비스로 넘어가려면 우선 제2.5세대 서비스가 붐을 이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권역별로 나눠 꼼꼼히 살펴봐도 휴대폰 메이커들의 "고난"은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먼저 세계 휴대폰 메이커들의 대격전지인 유럽. 올들어 시장판도의 변화가 가장 격심할 것으로 예상됐던 곳이다. 노키아 모토로라 에릭슨 지멘스 등 유럽업체들이 올해초 제3세대 휴대폰으로 치열한 "백병전"을 벌일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이들은 대신 기존의 제2세대 휴대폰 생산에 매달려 있다. 휴대폰 판매부진을 타개할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제3세대 휴대폰의 시장이 아직도 열리지 않은 탓이다. 세계 최대의 시장인 미국의 사정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제3세대 기반기술을 어떤 것으로 할 지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아직도 기술적 과도기 지역으로 분류될 정도로 안정되지 못한 모습이다. 호주와 동남아시아를 포함하는 성장지역인 아시아.태평양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곳은 제2세대 이동동신 서비스지역으로 휴대폰 사용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향후 2~3년 후의 모습은 장담할 수 없다. 이 지역의 약점은 휴대폰 가입자의 증감이 경제상황에 너무 좌우 된다는 것. 현재 제2세대 이동통신 급팽창 지역인 중국도 언제까지 이런 역동성을 유지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기술 선도지역인 일본도 불안하긴 마찬가지. 이미 제3세대 서비스가 상용화돼 있다. 그렇지만 사업초기에 흔히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난관들이 지뢰밭을 형성하고 있다. 가뜩이나 여유가 없는 업체들이 만만치 않은 "수업료"를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 정리 = 국제부 inter@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