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상대 '중재신청 봇물' .. 작년 65건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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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통신은 IT사업부문을 해외 투자자가 주축인 머큐리컨소시엄에 매각하면서 법률분쟁에 휩싸였다.
머큐리는 인수대금으로 2000년 기준 세전 수익이 6백50억원을 넘을 경우 대우통신에 3백50억원을 지급하고, 6백50억원 이하면 2백억원을 주기로 했는데 수익정산 방식에서 양측의 의견이 달랐다.
대우통신은 장부상 수익을 내세워 3백50억원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고 머큐리측은 미수금 부실채권 등을 감안, 그럴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우통신은 대한상사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했다.
최근 국내 기업들과 외국 기업 간에 이런 분쟁이 많아지면서 국제중재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대한상사중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중재 접수 건수는 65건에 3천9백만달러 규모로 2000년보다 건수로는 62.5%, 금액으로는 59%나 늘었다.
◇ 국제중재 왜 늘어나나 =대한상사중재원 김광수 팀장은 "화급하게 구조조정 등을 추진했던 국내 기업들이 뒤늦게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중재제도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법정으로 곧장가는 데 비해 중재의 경우 △당사자 합의로 진행되기 때문에 회사 비밀유지가 잘 되고 △정식 재판과 달리 대금을 즉시 받을 수 있어 '집행성'이 좋고 △단심제로 신속한 결론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중재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변호사들은 분석한다.
법무법인 태평양 김갑유 변호사는 "외환위기 직후 기업들이 매매계약서에 모호한 조항을 많이 남겨 다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사후 정산 방법이나 수익배분 등의 해석에 따라 수백억원이 왔다갔다하기 때문에 일류 변호사들을 동원한 공방전이 치열하다"고 소개했다.
◇ 로펌들의 발빠른 시장공략 =국제중재 업무가 급증하면서 로펌간 수임경쟁도 가열될 조짐이다.
그동안 로펌 송사팀에서 중재 업무까지 함께 맡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 일감이 많아지자 별도 조직이 신설되는 추세다.
김&장은 현재 10여명의 전문 변호사들이 중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 태평양도 '국제중재팀'을 신설, 시장 공략에 나섰다.
국제분쟁이 발생하면 외국 로펌의 보조 역할에 그치지 않고 주도적인 중재역을 맡겠다는게 태평양측 주장이다.
이밖에 충정 등 다른 로펌들도 중재시장 공략을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삼성물산 SK글로벌 등 종합상사들은 자체적으로 국제변호사들을 확보하고 사내 법무팀을 중심으로 국제중재 업무를 대폭 강화 중이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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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풀이 ]
중재(仲裁.arbitration) =분쟁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분쟁에 관한 판단을 법원이 아닌 제3자(중재인 또는 중재기관)에게 맡겨 그 판단에 복종함으로써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
유형으로는 사법상(私法上)의 중재, 노동쟁의 중재, 국제법상의 국제중재 등이 있다.
한국에서는 무역 크레임의 중재뿐만 아니라 국내 일반상사 중재까지도 담당하는 중재기관으로 대한상사중재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