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회사들은 사내에서 어느 나라 말을 쓸까. 영어와 우리말을 섞어 쓴다고 "쉽게" 생각하기 쉽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언어가 일으키는 말썽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특히 문제가 복잡한 곳은 일본계 기업. 한국후지제록스에는 서울 본사에서 일하는 2백여명중 회장과 전무 2명을 포함,5명의 일본인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임원에게 보고서를 제출할 때 가능한 한 모든 단어를 한자로 표기하고 조사와 어미만 한글을 쓴다. 공식적인 언어는 영어지만 모두에게 외국어여서 기피하게 된 결과 나타난 "현대판 이두문자"나 다름 없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직원채용 때 영어 구사력을 높이 평가하지만 커뮤니케이션에 한계가 있어 한자를 모르는 신세대 직원들에게는 보고서 작성을 맡길 수 없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소니코리아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일본 본사로 보내는 e메일도 영어로 작성할 만큼 글로벌 표준을 잘 지키는 기업중 하나다. 하지만 간부회의 때면 문제가 생긴다. 회장과 사장은 한국인이고 부사장 두명은 일본인인 이 회사는 회의 때 누가 먼저 말문을 여는가에 따라 그날의 회의 언어가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쇼날파나소닉의 경우 본사 근무 32명중 일본인은 3명 뿐이지만 회의때 전원이 일본어를 쓴다. 이 회사는 아예 일본어를 능통하게 구사하는 사람만 채용한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