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체 CRM 열풍] LG.삼성전자.대우차 등 기존고객 끌어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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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생일 축하 메시지와 함께 한 통의 e메일로 5백만원이 넘는 프로젝션TV을 팔 수 있다면.
30번째 생일기념일을 축하하면서 보낸 한 통의 카드가 3천cc급 대형 승용차 판매로 이어진다면.
한번 브랜드에 노출된 소비자는 계속해서 그 브랜드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마케팅 이론에 따르면 기존 고객은 신규 고객보다 자신이 갖고 있는 브랜드를 떠올릴 가능성은 16배, 그 브랜드를 다시 구매할 의향은 신규 고객보다 7배나 높다.
서비스 금융 유통업체 중심으로 이뤄져온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고객관계관리)에 제조업체들이 적극 나서고 있다.
인터넷을 접목시킨 e-CRM은 거의 모든 업체들이 올해 기업의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고객속으로, CRM 열풍 =LG전자는 지난달 초부터 실시한 에어컨 신모델 예약판매에 CRM을 활용, 지난해 예약판매 전체물량인 8만대를 훨씬 넘는 실적을 올렸다.
보급률에 한계를 느끼고 자사 제품을 구입한지 5~7년이 지난 고객들을 대상으로 2002년 신제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CRM을 통해 2백79억원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PC와 가전제품이 대부분이다.
삼성전자가 연간 기획상품 안내와 판촉이벤트 등을 알리기 위해 고객에게 발송하는 e메일은 월 42만건.
이중 e메일 개봉률은 60%, 구매 전단계인 제품 탐색단계로 접어드는 링크(link)율은 20%다.
42만명중 8만4천명이 자발적으로 제품 탐색활동을 벌인다는 얘기다.
웬만한 포털사이트보다 6배 이상 높다는게 삼성측의 분석이다.
이 정도 효과를 얻기 위해 DM(direct mail.광고전단) 발송(1건당 3백원)과 광고 등에 투자해야 하는 비용은 연간 3백20억원에 달한다.
자동차업체들도 우량고객의 이탈을 방지하고 기존 고객의 재구매율을 높이는데 CRM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우자동차는 지난 92년부터 국내업계 처음으로 CRM 개념을 도입한 고객관리 프로그램 'DCMS(Daewoo Motor Customer Relationship Manegement System)'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의 일정관리를 비롯 견적서의 팩스 및 e메일 발송, 핸드폰 조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우차 영업사원들은 고객의 연령에서부터 성별 결혼여부 직업 교육정도 소득수준 등 개인 프로필과 차 구입 시기, 구입 차종 등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최근 CRM팀을 신설한 현대자동차는 1천만명의 고객 정보를 담은 CRM을 새로 구축해 다음달 말부터 본격 운영할 계획이다.
영업사원들이 고객의 소득과 나이에 따라 선호 차종을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생산과 판매를 유기적으로 연결시킬 방침이다.
현대차는 우수고객을 위한 맞춤형 잡지 발간, 인터넷 사이버몰에서 중고차.할부금융.보험 등 원스톱 서비스와 함께 텔레메틱스와도 연계한 고객서비스를 실시키로 했다.
신유통 채널, CRM =국내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유통망이 취약한 해외기업들은 멤버십 잡지발간, 온라인 마케팅 등 한국시장 공략의 첫 걸음을 CRM에서 찾고 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지난해 볼보 매거진 창간호인 'Volvo for life'를 발간했다.
회사측은 천편일률적인 명품잡지 스타일을 배제하고 '모던 패밀리(Modern Family)'를 기본 컨셉트로 잡아 가족단위 중심의 정보를 다양하게 수록한다는 방침이다.
볼보는 또 아웃백스테이크 토미로마스 등 전국 35개 패밀리레스토랑에 고객을 위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볼보 해피 존'을 건설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이를 80개 업체로 확산할 예정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공식 수입.판매 법인인 한성자동차도 독일 본사에서 발간하는 잡지를 골간으로 국내 소식들을 곁들어 '메르세데스 매거진' 한국판을 내고 있다.
또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한 고객관계 강화에도 힘써 벤츠와 포르쉐 홈페이지에서 오너스 클럽을 운영, 고객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다.
볼보코리아 이진오 부장은 "CRM은 적기에 최적의 채널을 통해 필요한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 혹은 제품을 제공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심기.강동균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