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M은 고객들이 누군지 정확히 알고 그들을 세분화해 찾아가는 마케팅입니다" 이범희 삼성전자 국내영업사업부 마케팅팀 CRM 그룹장은 CRM을 이렇게 정의했다. 단순히 감각으로 끌어가던 마케팅 시대는 지났으며 제품 중심이 아닌 고객 중심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올해 전자상거래(e-commerce)팀의 명칭을 CRM그룹으로 바꿨다. 지난 99년부터 해온 고객 데이터베이스 통합과 콜센터 설립 및 운영, e메일 마케팅 조직을 갖추면서 시작해온 CRM의 인프라 구축작업도 일단락됐다. CRM그룹 인원은 70명. 콜센터 운영인력과 IT, 마케팅 전문가를 포함한 숫자다.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만 2백억원. 올해도 1백억원 정도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 그룹장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고객 데이터베이스는 1천7백만건으로 이를 자산가치로 따지면 3천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중 제품 구매의사와 실질구매력을 갖춘 '정제고객'은 3백만명이며 2005년까지 6백만명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정제고객은 CRM의 기본 목표인 업-세일링(Up-saling)과 크로스 세일링(Cross-saling)의 1차 타깃이다. 예를 들어 45인치 프로젝션TV를 구매한 고객에게 3년뒤 55인치로 교체할 것을 권고하거나 구매이력을 조사해 양문형 냉장고를 구입하도록 제안하는 방식이다. 기업경영에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는 점도 CRM의 장점. 삼성전자는 1주일에 한번 꼴로 기획 신상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과 기존 제품의 품질및 서비스 만족도, 사후관리(AS)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견을 조사하고 있다. "온라인 리서치의 최대 장점은 시간과 비용의 단축이다. 조사원을 동원한 설문조사는 빨라야 한달 뒤에 결과가 나온다. 평균 2천만원이 들지만 결과를 받아볼 때는 이미 시장상황이 변한 뒤다. 반면 온라인조사는 1주일간의 리서치와 3일간의 분석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게 이 그룹장의 설명이다. 삼성측은 지난해말 홈시어터와 관련한 온라인리서치를 실시, 90%가 관심도가 있으며 70%는 여건만 되면 준비하겠다는 결과를 얻어냈다. 구매의사를 밝힌 50%의 응답자에게는 마케팅 작업에 들어갔다. 관심품목과 적정 가격에 대한 정보도 생산과 판매전략에 즉각 반영하고 있다. 이 그룹장은 "당장의 이익에 집착하기보다 10년 뒤에 결실을 거둔다는 자세로 선행투자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며 "잠재 고객들의 구매습관과 생활패턴 등 기초 데이타를 충실히 확보하고 분류하는 것이야말로 CRM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30여년간 국내외에서 판 물건의 개수는 대략 3억개. 만약 3억대의 제품을 산 고객들을 안다면 다시 한번 3억대의 제품을 팔 수 있지 않을까? "CRM은 누구에게 어떤 제품을 팔 것인가, 어떻게 고객과 상품을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제공할 것입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