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62년부터 작년말까지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기업들의 직접투자 금액은 2백18억3백만달러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동안 전체 외국인 투자(7백66억6백만달러)의 28.5%에 해당되며 이웃나라 일본(1백13억1천2백만달러)에 비해서도 92.7%나 많은 것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와 80년대 미국경제의 불황, 90년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의 외환위기 때도 미국의 대한(對韓)투자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해에도 우리나라에 38억9천만달러를 투자, 전체 외국인 투자액의 32.8%를 차지했으며 지난 1월에는 월간 총투자실적의 86.4%에 달하는 6억3천4백만달러를 들여오기도 했다. 세계 5백대 기업 기준으로는 코카콜라 등 66개사가 진출, 국가별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기업들은 특히 하이닉스 대우자동차 현대투신 등 한국경제 전체의 구조조정과 맞물려있는 대규모 인수.합병(M&A)에 간여하고 있다. 매사에 까다로운 인수조건을 붙이고 헐값에 인수하려 한다는 따가운 시선도 받고 있지만 사실상 글로벌 경제패권을 거머쥔 미국기업이 아니면 마땅한 매각처를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하이닉스 D램사업을 인수하기 위해 몇달 전부터 강도 높은 협상을 전개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인 제너럴모터스(GM)는 대우차 인수 본계약 체결을 목전에 두고 있다. 미국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전개돼 온 구조조정 과정에서 선진금융의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국내기업의 미국 현지 투자도 비교적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편이다. 워낙 거대시장이어서 놓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현지 밀착경영을 펼치는 회사도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96년 이후 총 13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 가동하고 있다. 오스틴 공장은 첨단 반도체를 잇따라 선보이면서 본사에 상당한 배당수익을 안겨줬다. LG전자가 지난 95년 3억3천만달러를 들여 인수한 현지 자회사 제니스는 올해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니스는 작년에 15%미만이던 디지털 제품의 판매비중을 50%까지 확대하고 올해 3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자동차도 연내 미국공장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 아래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다. 현대차는 오는 2005년부터 연 30만대 이상의 자동차를 생산키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자동차 본고장에서 해외 빅메이커들과 정면 승부를 벌일 계획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