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대통령 訪韓] '美.日 정상회담 무슨 얘기 오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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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열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은 벼랑에 몰린 일본 경제에 대한 미국의 우려와 불만을 재확인한 자리였다.
양국 정상은 오전 회담에서 테러와의 전쟁 및 미.일동맹 강화,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 정세 등 안보 문제도 심도있게 논의했지만 핵심은 역시 경제였다.
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를 '위대한 개혁가'로 추켜 세우며 구조개혁을 지지, 일본의 경제체질 개선 작업이 늦춰져서는 안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일본 경제가 흔들리면 아시아 안보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일본 경제의 중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부시 대통령의 발언 내용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그는 미국 출발 직전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신속한 불량채권 처리와 디플레 대책을 일본 정부에 강도 높게 촉구했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에 대한 미국의 불안과 불만은 두 갈래에서 출발한다.
우선 미국 경제가 작년 9월의 테러사건 충격을 겨우 벗어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일본 경제가 더 엉망이 되면 미국뿐 아니라 세계경제가 치명상을 입게 된다는 위기의식에 휩싸여 있다.
또 아시아의 맹주로 급속히 위상을 높여 가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역할이 절대 중요하지만 경제가 망가지면 안보 방파제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다.
일본 언론과 정부 관료들은 경제가 정상회담의 으뜸 의제로 오른데 대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미국의 개혁 주문이 전에 없이 강경했다며 긴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본 정부가 불량채권 처리를 비롯한 금융부문의 대수술과 자금시장 안정, 디플레 탈출을 위한 가시적 조치를 더 이상 미루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 역시 기자회견에서 "단기적으로 어려움이 따르더라도 흔들림 없이 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일본 정부의 변화 가능성은 고이즈미 총리가 회담 직전인 17일 밤 시오가와 마사주로 재무상, 야나기사와 하쿠오 금융상, 다케나카 헤이조 경제재정상을 급히 총리 관저로 불러들인 대목에서도 감지된다.
2시간 넘게 이어진 심야 회의에서는 은행들에 대한 공적자금 추가 투입과 자금난 완화를 통한 고강도 디플레 대책 등 미국이 납득할만한 답변이 구체적으로 검토됐다는 후문이다.
미국의 압박을 의식한 일본이 개혁과 경기대책의 '업 그레이드'를 다짐했지만 국제 금융계와 서방 선진국의 대일 시각이 쉽게 바뀔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무엇보다 36조5천억엔대의 불량채권 처리와 직결된 공적자금 추가 투입 문제와 관련,일본 정부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려 의견 통일을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플레 대책 또한 돈줄을 쥐고 있는 일본은행이 자금공급 확대 효과에 회의적인데다 재정 재건을 위해 국채발행 한도를 풀어서는 안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증시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에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으며 자금시장에서는 은행과 기업의 결산이 몰린 3월을 앞두고 위기설이 여전히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