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치 훼손점포 가차없이 폐쇄"..도미니코 데졸레 구치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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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가 낳은 패션명가 구치그룹의 도미니코 데졸레 회장(58)이 18일 한국을 찾았다.
그룹회장 취임이후 첫 방한이다.
데졸레 회장은 구치가 창사 이후 최대 경영위기에 몰렸던 95년 그룹의 사령탑을 맡아 화려한 부활을 일궈낸 주인공.
44년 로마에서 태어나 70년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를 거쳐 84년 미국 구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95년 바레인 투자사인 인베스트코프사가 구치를 사들이면서 구치그룹 회장 겸 CEO 로 임명됐다.
이후 경영권을 둘러싼 구치가문의 분쟁으로 엉망이 됐던 경영을 재정비하고 엄격한 품질혁신으로 실추된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해 구치가 제2의 전성기를 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그가 최근 또 다른 행보를 준비중이다.
바로 구치의 멀티 브랜드화다.
이를 위해 그는 몇년간 프랑스 입생로랑 향수·화장품 부문을 비롯 프랑스 시계 브랜드인 부셰롱,스위스의 명품시계 베다&코퍼레이션,이탈리아 가죽업체인 보테가,베네타 등을 잇따라 인수하며 계열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시장에서 새 브랜드를 조기에 뿌리내려 구치그룹을 수익성이 가장 높은 멀티 패션하우스로 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한국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전년에 비해 소매 매출이 44% 이상 성장하는 등 높은 성장세가 돋보인다"며 "한국이 일본시장에 이어 아시아 시장에서 비중이 가장 큰 나라라는 점에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3월초 부셰롱 등 새 브랜드를 코엑스 현대백화점에 입점시키는 동시에 구치코리아를 그룹차원으로 재편,경영진을 보강하는 등 적극적인 사업확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올 연말까지 입생로랑 매장을 연다는 목표 아래 입지를 물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주얼리,남성 기성복,핸드백 스페셜 에디션 등을 새로 준비하고 있으며 뉴욕 파리 밀라노 등 주요도시에 대규모 매장을 새로 내고 스페인과 호주에도 직진출하는 등 공격적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해나갈 것"이라며 "올해가 구치그룹의 향후 입지를 결정하는데 대단히 중요한 한해"라고 밝혔다.
9·11 테러 이후 미국에서 수입이 격감하고 일본의 엔화약세 등 경영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테러 이후 미국내 비즈니스는 시련을 겪었지만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와 유럽시장에서의 사업이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였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브랜드가 우수하다는 확신만 있다면 위기는 장기적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취임초 전세계 매장을 직접 돌며 기준에 미달하는 매장의 문을 닫게 해 이른바 '터미네이터'로도 이름높았던 그는 "요새 직접 매장을 닫고 열지는 않지만 철저히 브랜드 가치를 살리느냐 죽이느냐에 따라 매장의 존폐를 결정한다는 철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글=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