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까탈스런 인수조건으로 난항을 거듭하던 하이닉스 처리방안이 '재협상, 결렬시 독자생존'으로 가닥을 잡았다. 채권단과 하이닉스반도체는 18일 운영위원회와 이사회를 각각 열고 마이크론의 제안에 대한 입장을 정리했다. 요지는 '불리한 매각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채권단은 일단 마이크론측에 수정안을 제시, 재협상을 시도하되 결렬시 독자생존 방안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협상타결 국면까지 갔던 하이닉스반도체 처리문제가 또다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 채권단 수정제안 =채권단은 운영위원회를 열고 주채권사인 외환은행의 설명을 토대로 마이크론에 제시할 수정안을 논의했다. 채권단은 마이크론측 요구안 가운데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일부 조항을 삭제및 완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우선 4억달러규모의 후순위채 인수방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쪽으로 채권단은 입장을 정리했다. 또 향후 부실 가능성에 대한 손실보전 문제도 채권단이 수용할 수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와 함께 메모리분야 인수후 남는 잔존법인이 확실히 생존할 수 있도록 마이크론측이 투자규모를 확정지을 것을 요구키로 했다. 매각대금으로 받는 주식을 1년이후부터 단계적으로 처분토록 한 조건은 완화해 1년후 채권단이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넣기로 했다. 이밖에 11억달러의 시설개선자금 지원에 대해서는 본계약 체결후 설립되는 마이크론코리아(가칭)와 채권단이 별도로 협의키로 의견을 수렴했다. ◇ 하이닉스는 독자생존 강조 =하이닉스는 재협상보다는 독자생존 방안에 미련을 두고 있다. 하이닉스는 이날 이사회에서 '채권단의 지원을 전제로 독자생존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마이크론에 불리한 조건으로 매각할 바에는 차라리 하이닉스의 독자생존을 적극 밀어주도록 채권단에 우회적인 입장을 전달한 셈이다. 하이닉스는 이 방안이 불가능할 경우에 두가지 조건을 전제로 마이크론과 매매협상 약정서(MOU)를 맺기로 했다. 잔존법인에 대한 확실한 생존방안을 마련하고, 채권단과 마이크론간 인수조건에 대해 완전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주주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하이닉스 경영진이 장고끝에 다다른 결론이다. ◇ 수정 협상 전망 =채권단은 수정안을 조만간 마이크론에 제시하고 재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채권단 측에서는 매각대금을 제외한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제시한 것은 말 그대로 초안일뿐"이라며 "이제 협상이 본격 시작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제시한 조건 가운데 일부는 국제관례상 인정되는 면도 있다"며 "채권단의 수정안도 이같은 면을 감안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이크론측은 이번 제안이 최종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채권단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어 어느 수준에서 타협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채권단은 이에 따라 협상 결렬에 대비, 독자생존 방안도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한다는 대비책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채권단 관계자는 "수정안을 놓고 이뤄질 재협상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불리한 조건으로 매각하지 않겠다는 것이 원칙인 만큼 독자생존 방안도 병행해 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im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