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범도 < 경기중기청장 > 한국 벤처기업이 넘어야 할 산은 3가지가 있다. 그 첫번째 산은 해발 1천m인 기술, 즉 T(테크놀로지)의 산이다. 두번째 산은 해발 2천m인 생산, 즉 P(프로덕션)의 산이다. 마지막 세 번째가 난공불락의 3천m 고지다. 이 산의 이름은 M(마케팅)이다. 벤처기업들은 처음 출발할 땐 의기양양하게 자신의 기술을 자랑하면서 출발한다. 이제 다왔다고 생각했는데 이곳에 올라보면 두 번째 산이 턱 가로막고 있다. P산은 T산보다 두 배나 높고 두 배나 더 가파르다. 두 번째 산은 소비자 수요기업이 원하는 제품을 생산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기술개발과 생산설비를 갖추는데 돈을 다쓰고 드디어 생산을 시작하려는 판에 운전자금이 바닥난다. 자신이 가진 아파트를 담보로 은행대출을 받아내 천신만고 끝에 P산을 오른다. 아, 얼마나 그리던 정상인가. 그런데 웬걸 기쁨도 잠시뿐, 저 앞에 M산이 가로막아선다. 이 산은 장기등반이라야 가능하다. 부지런함 아이디어 성실성 끈기 등의 덕목을 갖춰야 이 마지막 산을 정복할 수 있다. 그러나 요즘 여러 벤처기업들이 이 산을 오르다 실패한다. 이는 마지막 산을 오르기 전에 준비를 게을리 했기 때문이다. < bdheo@smba.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