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관전 티켓을 여행 상품에 끼워 파는 행위는 규정위반입니다. 여행상품을 산 사람이 경기장에 입장하지 못할 수 있으니 판매를 중단하십시요"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 개막을 1백6일 앞둔 지난 14일 도쿄와 오이타현의 일부 여행사들에는 일본 월드컵조직위원회(JAWOC)로부터 엄중한 내용의 경고서한이 날아들었다. 월드컵 관전을 빌미로 여행상품을 파는 것은 위법이며 고객들에게 엉뚱한 피해를 입힐 수 있으니 그만 두라는 통첩이었다. 경고서한은 비정상적 상행위를 봉쇄하려는 조직위와 여행사간의 숨바꼭질 싸움으로 비칠 수도 있었다. 관전 티켓을 끼워파는 여행사가 4,5개사에 불과한 시점에서 조직위가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의 여지도 있었다. 그러나 월드컵 개막을 1백일 앞둔 현재 경고서한 만큼 일본의 월드컵 열기와 관심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거울은 흔치 않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일본이 출전하는 게임 하나와 일반 관광코스를 끼워 만든 관전 티켓 여행상품은 1박2일 가격이 55만-58만엔을 호가해도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오이타현 소재 여행사는 지난 1월말 현재 6백여명의 신청을 받아 놓고 있으며 도쿄에서는 한국으로 게임을 보러가는 관전 여행상품까지 등장했다. 월드컵 성공의 필수 요건을 시설과 국민적 관심, 운영 노하우로 꼽을 경우 일본은 적어도 절반 이상의 성공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월드컵 대회의 기본 이념을 "최상의 필드, 베스트 컨디션, 최고의 플레이"로 정해 놓고 있는 일본 조직위는 지난해 가을까지 모든 경기장 공사를 완벽히 끝냈다. 일본의 월드컵 첫 게임이 열릴 수용인원 6만3천7백명의 사이타마 경기장이 9월 완공된데 이어 10월에는 가장 공사가 늦었던 고베 경기장도 웅자를 드러냈다. 그림자 없는 후견 역할을 맡을 자원봉사자 1만8천여명도 모두 확보돼 현장 실무와 연수를 끝냈다. 성공적 개최를 자신하는 단서는 경기장 등 하드웨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적 성원과 관심의 열기는 하드웨어의 완성도를 능가한다. 일본에 배정된 게임 티켓은 모두 1백35만장이지만 티켓을 손에 넣으려는 팬들의 경쟁은 월드컵 출전권 확보 싸움 못지 않게 뜨겁고 치열하다. 지난해 12월에 실시된 일반인 대상의 2차 판매분은 등록신청건수가 72만3천건을 넘어 최고 32배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식사와 선물이 딸린 초고가의 프레스티지 티켓도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조직위는 예선 리그의 일본이 출전하는 2개 시합과 준결승, 결승전을 합친 것을 1백65만엔, 결승과 준결승만을 묶은 것은 1백10만엔에 내놓았다. 일반인들은 엄두도 못낼 엄청난 가격이지만 이들 티켓은 지난 1월 모두 팔려 나갈 만큼 폭발적 지지를 받았다. 조직위는 "프레스티지"라는 이름으로 고액 티켓을 25종 준비하면서 수십만엔씩을 호가하는 가격에 다소 불안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월 말까지 18종이 완매됐으며 준비한 총 1만8천장중 남아 있는 것은 3천6백여장에 불과한 상태다. 조직위는 미판매분을 오는 3월 3차 판매를 통해 소화할 예정이다. 월드컵에 대한 일본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은 일본 정부의 자체 추정결과에서도 간접적으로 엿볼수 있다. 국토교통성은 대회 기간중 일본인들의 국내 이동이 작년 7월 예측한 2백33만명보다 무려 75만명이나 늘어날 것으로 보고 지자체와 관광, 운수업계에 대책마련을 긴급당부했다. 특히 차량, 선박으로 이동하는 사람이 당초 6만명에서 1백12만명으로 20배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 개최지의 대혼잡이 불가피할 것으로 국토교통성은 점치고 있다. 월드컵 개최의 주인공은 물론 조직위와 지자체들이지만 관전과 응원 못지 않게 작은 힘 하나라도 더 보태려는 단체와 민간인들의 자발적 참여가 줄을 잇고 있다. 일본의 10개 개최지 시민단체들은 지난 9,10일 양일간 도쿄에서 시민참가로 대회를 빛내자는 모임을 갖고 성공적 개최를 위한 뒷바라지를 다짐했다. 이들은 경기장 주변 화장실, 음식점 정보를 홈페이지등에 올리는 방안을 협의한데 이어 교통편, 값싼 숙소등 관람객들이 목말라할 정보도 한국어, 스페인어등 외국어로 발신키로 했다. 월드컵 준비와 관련된 민간인들의 지원활동 중 눈길을 끄는 것은 파칭코업계의 결의다. 1만7천여 파칭코점주들이 참가한 전일본 유기사업협동조합연합회는 대회기간중 새 기계를 들여놓지 않기로 결의했다고 최근 발표, 언론의 주목 대상이 됐다. 연합회는 기계를 새로 들일 때 마다 전일 밤과 당일 아침 경찰관 2,3명이 점포에 검사를 나오는 점을 감안, 경기장 경비에 투입될 경찰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이같이 결의했다는 것이다. 빠찡코점은 최소한 월 1회, 많을 경우 주 1회씩 고객유치를 위해 새 기계를 들여 놓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경찰은 파칭코耽窩?협조만으로도 엄청난 수고를 덜게 됐다고 쾌재를 부르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