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남과 다르게 살자 .. 주덕영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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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ugjoo@kitech.re.kr
영국의 스팀 트랩 전문 다국적기업 '스파이렉스 사코'는 전세계 36개국에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이 36명의 현지법인 CEO 가운데 영국 본사가 수여하는 최고 경영대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주인공은 '한사코(한국 스파이렉스 사코)'의 박인순 사장이다.
중국 현지 법인 CEO를 한국에서 배출한 박 사장은 임원보다 먼저 영업사원부터 챙기기로 유명하다.
90년대 초부터 모든 영업사원들에게 자동차·휴대폰·노트북을 패키지로 제공했다.
직원을 뽑을 때는 성적증명서의 '성적 분포'를 참고하되 전 과목 고르게 A를 받은 사람보다 A에서 F까지 다양한 학점을 받은 쪽을 선호한다.
'정상과 계곡을 고루 경험한 사람일수록 잠재 능력이 크다'고 믿기 때문이다.
세계 3대 재봉기 업체의 하나인 '썬스타'의 경우도 남과 다른 경영철학으로 성공한 예다.
경쟁회사들이 기계기술 개발에만 골몰해 있던 70년대 중반,썬스타는 전자기술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서보모터·전자 컨트롤러 등을 자체 개발해 냈다.
기계와 전자·소프트웨어를 결합함으로써 진작부터 재봉기와 자수기의 전자화·자동화 시대를 준비했는가 하면 AS의 개념조차 희미했던 때부터 국내외 장소를 불문하고 당일 고장수리를 원칙으로 삼았다.
이것이 10여개 경쟁업체가 모두 없어지는 동안 썬스타를 세계 1위를 바라보는 회사로 만든 비결이리라.
용광로에 들어가는 온도와 성분 센서를 만드는 '우진'은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배웠지만 지금은 일본보다 훨씬 높은 생산성을 기록하고 있다.
'우진'의 회장은 80년대 이미 출근부를 없애 자유근무시간제를 도입하고,전문 경영인에게 회사를 물려주겠다고 결심하여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가진 기업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전진의 동력을 창의력에서 얻는 지식산업 사회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들 기업의 남과 다른 경영철학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1등을 원한다면 얼마나 따라잡았느냐를 잴 것이 아니라 어떻게 남과 달라야 하는가를 먼저 고민해야 할 일이다.
창의(創意)란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 위에 선명한 발자국을 먼저 찍으며 걷는 것과 같다.
남이 앞서간 길을 좇다 보면 자신의 자취를 찾기 어려우며,자기 자취를 찾지 못하면 창의의 꽃은 개화될 수 없다.
더욱이 대량생산·대량교육 체계로부터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맞춤형생산·창조적 교육으로 옮겨가는 21세기에는 남과 다르지 않고서는 선두에 서기 어렵다.
아무리 해외 오지로 수출된 제품이라도 사흘 안에 고장수리해 준다는 고객과의 약속을 철저히 지켰다.
자가 설계한 자동화설비와 소프트웨어 기술은 일본 기업들이 아무리 쳐다보아도 카피가 불가능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