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은행법 개정을 미루면 .. 洪起澤 <중앙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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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문제로 교육인적자원부와 재정경제부가 첨예하게 대립해 있다.
재경부는 무한경쟁시대에 현재와 같은 교육제도로는 선진국 진입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재경부는 고교평준화제도를 해제하고 기여금 입학제도를 전향적으로 도입해 교육여건을 대폭 개선할 것을 주장한다.
반면에 교육부는 기여금 입학제도는 국민 정서에 어긋나고 고교평준화해제는 공립학교를 황폐화시킬 것이라며 반대한다.
교육계 일각에는 '재경부는 남의 일에 간섭하지 말고 자신들 일이나 제대로 하라'고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있다.
재경부가 개혁조치의 일환으로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 은행법 개정안의 진척상황을 보면 이런 지적을 받을 만하다.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던 은행법개정안이 일부 시민단체와 경제학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법 조항이 크게 후퇴하거나 법안통과 자체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재경부는 법안통과를 위해 사전에 법안 반대 움직임을 예견하고 보다 많은 정지작업을 했어야 했다.
이번 은행법 개정안에는 우리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항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은행에 주인을 찾아주자는 데 있다.
그래야만 책임경영이 이루어지고 은행산업의 조속한 정상화가 달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경영자가 주인의식이 있을 때만 제대로 된 대출 및 투자결정을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자연히 선진 위험관리기법과 수익개발기법을 습득하게 되고 은행산업의 선진화가 이루어진다.
정부안은 현행 4%인 동일인 은행주식소유한도를 10%로 확대하고,금융전업가에 한해 의결권을 1백% 인정해 은행소유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금융전업가는 산업부문의 총 자산규모가 2조원 이하이고 자본금 기준으로 산업부문비중이 25% 미만인 기업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산업부문 처분에 2년간 예외 조항이 있으므로 실질적으로는 산업자본의 은행지배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개정안에는 대주주 계열사 주식취득한도를 엄격히 제한하는 등 대주주에 대한 금융감독을 대폭 강화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현행과 같이 미진한 은행 금융감독수준과 금융감독 수행의지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감독규정을 강화한다고 해도 산업부문의 부실을 금융부문으로 얼마든지 전가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발생된 은행의 부실은 전 금융권으로 번지고 또 다른 경제위기를 불러 올 수 있다.
그러므로 동일인 소유제한을 사전적으로 4%로 제한하는 현행제도를 그대로 유지해 산업자본의 은행업진출을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대안으로 은행주식은 분산시키고 경영은 전문경영인에 맡기자고 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과거 정부에서 시행했던 은행 민영화와 다를 바가 없다.
정부는 소유 주식을 민간에 매각하고 은행장추천위원회에서 선임된 은행장에게 은행경영을 맡게 했다.
그러나 결과는 은행소유만 단지 민유화 됐을 뿐 경영은 관치 형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다면 정부의 감독행태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은행경영에서 정부의 입김이 배제될 수 있다는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모순이 아닌가.
현재 정부안에 규정된 금융전업가에 해당될 수 있는 기업집단은 극히 소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금융전업가 범위를 축소하기보다는 오히려 확대,많은 기업집단이 은행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되도록 해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을 비롯한 기업들의 경영형태는 크게 변했다.
우선 사외이사제도의 도입으로 지배구조가 한층 강화되었다.
또 삼성전자 이사진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에서 보듯이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경영진의 의사결정은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한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되면 기업의 경영투명성은 훨씬 강화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잘못된 경영관행만을 우려해 개혁을 미루다가는 우리 은행산업은 영구히 국제경쟁에서 낙후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hongecon@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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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