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의 '악의 축'발언은 '악의 무리와의 전쟁은 일반시민들의 희생까지 감수하고 치러야 하는 도덕적 사명'이란 그의 세계관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지는 18일 부시의 세계관을 이같이 소개하고 그가 이런 세계관을 굳힌 데는 9·11테러가 나기 한참 전인 지난 3월에 읽은 '동쪽 타타르를 향해(Eastward to Tartary·로버트 캐플런 지음)'라는 책으로부터 적잖은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부시는 당시 이 책을 읽고 저자인 캐플런을 백악관으로 불러 콘돌리사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45분간 토론을 벌일 정도로 그의 주장에 빠져들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책은 카스피해 이란 아제르바이잔 시리아 그루지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을 잇는 지역의 분쟁사를 다뤘다. 저자인 캐플런은 이 책에서 "세상은 어두운 곳이며 위대한 국가들은 그런 어둠과 맞서 싸워왔다"고 기술하고 "그 위대한 국가들은 환상을 갖지 않고 적기에 개입할 줄 아는 지도자들이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캐플런은 이 책을 통해 악의 무리들이 갖고 있는 증오와 야심을 강조했고 그런 개념이 라이스 안보보좌관의 이론적인 지도 및 백악관의 현장교육과 함께 부시의 세계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캐플런은 부시와 만난 뒤 "부시는 이 세상은 미국을 해치려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은 나쁜 곳이기 때문에 미국은 힘을 가져야 하는 도덕적 사명을 띠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