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연계채권은 장외기업들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애용되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기업은 대주주 지분 변동없이 자금마련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증자보다는 CB·BW 발행을 선호하는 추세다. 그러나 장외기업의 CB나 BW는 전환(행사)가 산정규정이 따로 없어 대주주나 특수관계인이 '헐값'으로 주식을 인수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부작용이 따른다. CB와 BW는 잠재적 물량요인으로 주가를 낮출 가능성이 높지만 자본금에서 제외돼 있어 '공모가 거품'시비마저 초래하고 있다. CB나 BW 규모를 파악하지 않을 경우 높은 공모가와 등록 후 물량부담이라는 이중의 부담을 지게 된다는 지적이다. ◇등록 후 최대 복병은 주식연계채권=지난 5일 주식 거래가 시작된 CJ엔터테인먼트는 국내 최대 영화배급사란 점에서 한껏 기대를 모았다. 등록 첫 날의 상한가 등 3일 연속 초강세를 이어가며 주가는 공모가(1만2천원)보다 1백45%나 뛰었다. 그러나 등록 전 발행한 BW에 대한 신주인수권이 행사되자 주가는 곧바로 하락 반전됐다. 이 회사가 2000년 3월께 발행한 BW는 90억원어치다. 그러나 1천원에 주식으로 전환되는 규모가 9백만주에 달해 물량부담이 컸다. 90억원 중 70억원을 대주주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인수한 것으로 알려져 헐값인수 논란도 일고 있다. 지난 5일 매매 개시된 아이빌소프트도 첫날 상한가를 기록한 후 기존에 발행한 CB의 주식전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코인 하이홈 CJ푸드시스템 디지아이 인바이오넷 실리콘테크 등 주식연계채권 발행 업체들도 주식전환에 따른 물량부담이 계속 불거져 주가 상승탄력이 떨어지고 있다. ◇투자자는 이중부담=장외기업이 발행하는 CB·BW는 전환(행사)가 산정기준이 아예 없다. 본질가치가 애매한 데다 적정 전환가를 산정할 기준가(주가)가 없기 때문이다. CJ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디지아이 인바이오넷 실리콘테크 등이 등록 전에 발행한 CB·BW는 전환(행사)가가 공모가를 훨씬 밑돈다. 주식연계채권은 지분 변동이 일어나지 않아 악용될 여지도 크다. 코스닥 등록요건을 맞추려면 6개월내 대주주 지분변동이 없어야 한다. 따라서 등록 예정기업은 등록시기에 상관없이 주식연계채권을 얼마든지 발행할 수 있다. 증권사 기업금융팀 관계자들은 "등록 이전에 발행된 주식연계채권의 대부분을 대주주가 인수해 지분축소 가능성에 대비하면서 막대한 평가차익까지 노리는 사례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