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유력 애널리스트인 모건스탠리의 바이론 윈은 최근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FRB)의장의 사임이 올해 깜짝 놀랄 월가의 10대 뉴스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점쳤다. 그린스펀의 '조기퇴진'은 그만의 견해가 아니다. 월가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설문조사에서도 '조기퇴진'은 대세로 여겨지고 있다. JP모건의 선임 이코노미스트인 제임스 글래스맨은 "올해 경제가 안정되면 그린스펀은 올 하반기나 늦어도 내년중에는 물러날 것"이라고 '확신'하기까지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터져나온 19일자 USA투데이의 '그린스펀 조기퇴진 가능성'에 대한 보도는 퇴진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처럼 보였고 그린스펀의 공백을 우려하는 주식시장은 출렁거리기도 했다. 그린스펀이 조기퇴진할 것이란 설(說)의 가장 직접적인 배경은 그의 나이. 3월6일이면 76세가 되는 그가 임기를 다 채울 경우 임기 마지막해인 2004년에는 78세가 되는등 FRB의장직을 수행하기에는 너무 고령이라는 점에서다. 따라서 지난 2년간 침체를 겪었던 경제가 완전한 회복기조에 들어서는 올해말이나 내년초가 명예롭게 은퇴를 선언할 가정 적절한 때라는 판단이다. 임기가 끝나는 2004년은 미국 대통령선거가 예정된 해로 선거를 앞두고 FRB의장을 교체하는 것은 부시 행정부에 정치적인 부담을 주기 때문에 미리 물러나도록 할 것이란 정치적인 분석도 가미되고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린스펀의 생각이다. 그가 정책결정의 가장 완숙한 경지에 이른데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아직 건강한 편이어서 임기에 앞서 퇴진하지 않을 것이란 견해도 만만치 않다. 그린스펀은 지금도 주말에는 테니스와 골프를 즐기고 의회청문회에서 3시간을 쉬지 않고 증언하는 건강한 체력을 지니고 있다. USA투데이는 그린스펀이 물러날 경우 1순위로는 존 테일러 현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55)을 꼽고 있다. 스탠퍼드대 교수를 역임한 그는 포드 행정부 시절부터 공화당 정책수립에 깊게 관여해온 인물로 통화정책의 대가로 꼽힌다. 로렌스 린드시 현 백악관경제고문(47)도 본인이 강력히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레이건 대통령의 경제고문이었던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62)와 부시 전대통령의 경제고문이있던 마이클 보스킨 스탠퍼드대 교수(56)도 강력한 후보다. 확률은 작지만 만약 민주당 성향의 사람이 임명된다면 로저 퍼거슨 연준리 현 부의장(50)과 피터 피셔 재무부 국내금융담당차관(45)이 우선 거론된다. 두명 모두 9·11테러 이후 위기관리를 제대로 해내 부시 대통령의 신임을 얻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부장관 출신인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이사회 의장(63)과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대 총장(47)도 본인들의 의사에 관계없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